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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는 “배당 늘려라” 정부는 “자본 건전성 우선”…금융권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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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요 금융지주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융사의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배당보다 자본 건전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사 입장에선 주주와 정부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형국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지주·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16조8084억원이다. 2021년 14조8860억원보다 12.9% 증가한 수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호실적의 배경엔 늘어난 이자 수익이 있다. 지난해 금리가 오르면서 4대 금융지주는 1~3분기 누적 순이자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약 29조원을 달성했다. 최근엔 금리 오름세가 주춤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도 높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역대급 실적에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중이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기준 약 25% 수준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을 장기적으로 30%까지 높이려 하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더 나아가 지난달 국내 금융지주를 향해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주주의 배당 확대 요구와 동시에, 자본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압박도 받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배당을 얼마나 할 것이냐’ 보다는 경제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에서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재정 건전성 유지)을 갖췄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의 주주 배당 확대 주장에 대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은행의 지배 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예고했다. 금융업 전반에서 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업계는 당국의 눈치를 전보다 더 심하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회사는 주주 환원 노력을 해야 하고, 자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당국이 더욱 강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은행권은 7일부터 지난해 결산 실적과 주주 환원 정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7일에는 KB금융지주, 8일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 9일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실적 발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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