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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이자, 나는 물가…사상 첫 2년 연속 실질금리 마이너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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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60대 주부 A씨는 지난해 하반기 한 시중은행의 연 5% 정기예금에 1억 원을 맡겼다. 세전 이자 500만 원이면 한 달에 약 42만 원씩 생활비 부담이 줄어들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한 주에 한 번 장을 볼 때 드는 비용은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뛰었고, 난방비 등 공공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체감상 이자 소득은 0원에 가까웠다.

뛰는 이자 위에 나는 물가였다. 지난해 은행에 돈을 맡기면 주는 이자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오르면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상 첫 2년 연속 마이너스 실질금리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정기 예·적금 금리)는 연 2.77%로 2012년(3.4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포인트 끌어올린 여파다. 0.5%이던 기준금리는 3.5%가 됐다.

물가는 더 가파르게 치솟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특히 자주 구매하는 품목과 생필품 위주로 구성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가 6% 오르면서 역시 1998년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12.6% 올라 2010년 별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저축성 수신금리(2.77%)에서 물가 상승률(5.1%)을 뺀 실질금리는 -2.33%로 집계됐다. 실질금리는 2021년 -1.42%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마이너스 폭도 역대 최대다. 가중평균 금리 자료가 작성된 1996년 이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해는 2011년(-0.31%)과 2017년(-0.34%)을 포함해 4차례뿐이다.

올해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데다 수신금리는 은행채 발행 재개와 금융당국의 압박 등으로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해 11월 4.29%까지 상승했다가 12월 4.22%로 떨어지면서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편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지난해 11월(5.0%)과 12월(5.0%)에 비해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2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 내외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 경로상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전망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3.6%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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