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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길 끊기고 페어웨이엔 쓰레기…그래도 배짱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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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스카이72는 인천지법의 강제집행 이후에도 바다 코스 18홀과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일부 시설을 점유한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 주변에는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철조망이 남아 있다. 강기헌 기자

스카이72는 인천지법의 강제집행 이후에도 바다 코스 18홀과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일부 시설을 점유한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 주변에는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철조망이 남아 있다. 강기헌 기자

국내 최대 퍼블릭 골프장인 스카이72를 둘러싼 분쟁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대법원이 골프장 부지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스카이72는 이를 무시하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인천지법이 지난달 17일 강제집행에 나서 바다 코스(54홀)를 인천공항공사에 돌려줬지만, 하늘 코스(18홀)와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일부 시설은 스카이72가 여전히 점유하고 있다.

지난 3일 찾은 스카이72 골프장 곳곳엔 강제집행의 생채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페어웨이엔 물병과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뒹굴었다. 평소 골프용 카트가 오가던 아스팔트 도로는 깊게 파여 있었다.

이날 동행한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스카이72가 불법으로 손님을 받을 수 있어 강제집행으로 돌려받은 곳은 굴삭기를 동원해 도로를 파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7일 이뤄진 법원의 강제집행 현장에선 골프장 임차인과 보수단체, 용역업체 직원 등 1000여명(경찰 추산)이 대형버스와 건설기계로 골프장 입구를 틀어막았다. 이 과정에서 소화기를 분사하며 저항해 양측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스카이72 골프장 측과 일부 임차인은 바다 코스 클럽하우스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클럽하우스 건물 주위로 철재 패널을 쳐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건물 옥상엔 파이프를 쌓아 올려 만든 망루도 보였다.

클럽하우스 건물 인근에는 법원과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골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클럽하우스 외벽에는 강제집행을 거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기헌 기자

클럽하우스 외벽에는 강제집행을 거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기헌 기자

인천공항공사가 골프장 부지를 돌려받아도 정상 영업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잔디가 벗겨진 채 방치된 페어웨이도 곳곳에서 보였다. 법원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스카이72 용역업체가 사용했던 소화기들이 골프장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바다 코스 주변에는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스카이72가 친 철조망도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날 스카이72는 법원이 강제집행을 마무리하지 못한 하늘 코스(18홀)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바다 코스 클럽하우스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하늘 코스 입구에선 스카이72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차량을 일일이 확인한 뒤 들여보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도 이곳에선 무용지물”이라며 “인천시가 체육시설업 등록을 취소해도 스카이72 측이 부지를 반환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6일 스카이72 골프장 기존 운영자의 체육시설업 등록을 취소하기 위한 사전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경실련 등은 대법원 판결에도 인천시가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 절차에 나서지 않자 “인천공항공사의 스카이72 등록 취소 요청을 받아들여 후속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인천시가 스카이72 기존 운영자에 대한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를 끝내면 후속 사업자인 KMH신라레저가 사업계획 승인과 체육시설업 등록 등을 거쳐 골프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관련한 법적인 분쟁은 마무리된 상태다. 앞서 인천지검은 지난달 31일 스카이72 골프장 사업자 입찰 과정을 재수사하라는 대검찰청의 재기수사 명령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와 별도로 법원은 인천공항공사가 회복하지 못한 하늘 코스와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시설물에 대한 2차 강제집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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