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누구나 채워넣고 가져가세요, 주민이 행복한 공유냉장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지난 3일 경남 거창군 남하면 행정복지센터 1층 출입구. ‘행복이 남하도는 공유냉장고’라 적힌 업소용 냉장고 2개, 서랍형 진열대 1개에는 먹을거리가 가득했다. ‘남하면’을 강조하려 ‘남하도는’이라는 표현을 썼다. 냉장고에는 계란·두부·동그랑땡·만두 등 냉동식품, 딸기·사과 등 과일이 종류별로 쌓여 있었다. 진열대에는 쌀·김·육개장(포장)·카레·소금·간장·케첩 등이 정렬돼 있었다.

이는 모두 남하면 주민들이 기부한 물품이다. 공유냉장고 옆 ‘기부나무’에는 “유○○ 어부, 추어탕 5 밑반찬 10” “배○○, 블루베리잼 6병” “○○한과 20봉” 등 후원자와 후원물품이 적힌 사과 모양 메모지가 다수 걸려 있었다. 공유냉장고에 필요한 물품을 채우라며 남하면에 후원금을 보낸 이들도 있었다. 공유냉장고 물품은 주민이면 누구나 채워 넣거나 가져갈 수 있다. 주로 노인 등 취약계층이 가져간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겐 마을 이장이나 요양보호사가 전달한다. 1~2가지 반찬과 국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에 도움이 되고 있다.

‘경남 거창형 공유냉장고’가 초고령 농촌사회에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거창군은 2021년 4월 2개 면에 공유냉장고를 시범 도입했다. 현재 읍·면 행정복지센터 12곳과 마을 10곳 등 22곳으로 확대·운영하고 있다.

공유냉장고 이용 주민이 매번 도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남하면에 사는 80대 박모 할아버지는 마을 이장을 통해 공유냉장고에서 식재료를 여러 차례 받았다. 박 할아버지는 이에 보답하고자, 지난해 손수 만든 1m 길이의 나무지팡이 50개를 기부했다. 지팡이는 이틀 만에 동이 났다. 가조면에 사는 한 할머니는 공유냉장고에서 반찬을 가져간 뒤 텃밭에서 기른 상추·양파 등을 채워 넣었다.

거창군 관계자는 “공유냉장고는 도움을 받고, 각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우면서 이웃과 이웃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