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남 거창군 남하면 행정복지센터 1층 출입구. ‘행복이 남하도는 공유냉장고’라 적힌 업소용 냉장고 2개, 서랍형 진열대 1개에는 먹을거리가 가득했다. ‘남하면’을 강조하려 ‘남하도는’이라는 표현을 썼다. 냉장고에는 계란·두부·동그랑땡·만두 등 냉동식품, 딸기·사과 등 과일이 종류별로 쌓여 있었다. 진열대에는 쌀·김·육개장(포장)·카레·소금·간장·케첩 등이 정렬돼 있었다.
이는 모두 남하면 주민들이 기부한 물품이다. 공유냉장고 옆 ‘기부나무’에는 “유○○ 어부, 추어탕 5 밑반찬 10” “배○○, 블루베리잼 6병” “○○한과 20봉” 등 후원자와 후원물품이 적힌 사과 모양 메모지가 다수 걸려 있었다. 공유냉장고에 필요한 물품을 채우라며 남하면에 후원금을 보낸 이들도 있었다. 공유냉장고 물품은 주민이면 누구나 채워 넣거나 가져갈 수 있다. 주로 노인 등 취약계층이 가져간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겐 마을 이장이나 요양보호사가 전달한다. 1~2가지 반찬과 국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에 도움이 되고 있다.
‘경남 거창형 공유냉장고’가 초고령 농촌사회에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거창군은 2021년 4월 2개 면에 공유냉장고를 시범 도입했다. 현재 읍·면 행정복지센터 12곳과 마을 10곳 등 22곳으로 확대·운영하고 있다.
공유냉장고 이용 주민이 매번 도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남하면에 사는 80대 박모 할아버지는 마을 이장을 통해 공유냉장고에서 식재료를 여러 차례 받았다. 박 할아버지는 이에 보답하고자, 지난해 손수 만든 1m 길이의 나무지팡이 50개를 기부했다. 지팡이는 이틀 만에 동이 났다. 가조면에 사는 한 할머니는 공유냉장고에서 반찬을 가져간 뒤 텃밭에서 기른 상추·양파 등을 채워 넣었다.
거창군 관계자는 “공유냉장고는 도움을 받고, 각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우면서 이웃과 이웃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