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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찰풍선' 워싱턴 찢었다…"보란듯 당한 것" "안전이 우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메릴랜드주 공항에서 중국 정찰 풍선에 대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메릴랜드주 공항에서 중국 정찰 풍선에 대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영공으로 날아든 중국 정찰 풍선에 적절하게 대응했는가를 놓고 논쟁이 가열하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일주일 넘게 중국 비행체가 미국 대륙을 횡단하도록 내버려 둔 것은 바이든 정부의 중국에 대한 유약함과 국가안보에서 우유부단함을 보여준다고 맹공했다. 미국 반응을 시험하고 세계에 신호를 보내는 게 중국의 의도였는데, 바이든이 낙제했다고 봤다. 자국에 들어온 비행체도 처리 못 하면서 대만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느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中, 풍선 처리 못 하는 미국 보란 메시지"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5일(현지시간) ABC뉴스 '디스 위크'에 출연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이것(풍선)이 민감한 군사적 장소를 훑으며 미국을 횡단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의도적이다. 그들은 고의였다"고 주장했다. 풍선이 목격될 것이고, 미국 정부는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중국이 알고 풍선을 보냈다는 것이다.

루비오 의원은 중국은 미국 영공, 군사 시설 위 6만 피트(약 18㎞) 상공에 풍선을 보낼 수 있고, 미국은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가 보길 원했던 것이라고 봤다. 루비오 의원은 "그들이 보내려는 메시지는 내부적으로 믿고 있는 '한때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이 이젠 속이 텅 비어 쇠퇴했다'는 것"이며 "세계에 전하려는 메시지는 '이들은 미국 영공을 날아다니는 풍선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나아가 이번 사건은 만약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 어떻게 미국에 의존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를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의원은 CNN '스테이트 오브 유니온'에서 "그들(미국)이 자국 영공에 날아다니는 풍선도 막을 수 없다면, 만약 우리(중국)가 대만을 침략하거나 인도로부터 땅, 필리핀과 일본으로부터 섬을 빼앗는다면 미국이 너희를 어떻게 돕겠냐"라는 질문을 중국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에서의 군사 태세부터 미국 내 중국 기업 활동까지 모두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공군 전투기가 지난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연안 상공에서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공군 전투기가 지난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연안 상공에서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층 높이 가운뎃손가락 美 전역 둥둥"

중국이 미국을 제대로 망신줬다는 시각도 있다. 공화당 전략가인 데이비드 어번은 CNN에서 "중국이 보낸 3층 높이 거대한 가운뎃손가락이 미국 전역을 둥둥 떠다녔다"면서 "미국인들이 화나는 건 '우리는 손가락 욕을 할 수 있지만, 너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중국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좀 더 일찍, 결단력 있게 격추 명령을 내리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은 NBC뉴스 '밋 더 프레스'에서 "그들(중국)은 미국 전역에서 우리 핵무기 기지와 미사일 방어 기지를 살펴봤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긴급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국 풍선은 지난달 28일 알래스카주를 통해 미국 영공에 진입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사흘 지난 31일 첫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다음 날(1일) 격추 명령을 내렸고, 군은 격추로 인한 지상 피해가 없도록 풍선이 대서양으로 빠져나간 4일 작전을 실행했다.

이를 두고 공화당 대선 주자로 꼽히는 크리스 스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는 "(대응이) 너무 약하고,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스파이 풍선으로 시작한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힘과 결단력을 시험하는 풍선이 됐다"면서 "불행히도 대통령은 그 시험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루비오 의원은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의 내린 결정과 의도를 알리지 않은 걸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풍선 쏠 곳 없었다는 정부, 믿기 어려워" 

바이든 행정부에선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이 방어에 나섰다. 부티지지 장관은 "격추된 풍선 잔해가 약 7마일(11㎞)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보고됐다"면서 "군대가 그런 작전을 고려할 때는 미국인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풍선 처리 방법은 위험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피해 발생에 대한 위험보다 더 큰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적절하게 처리됐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정부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매코널 대표는 성명에서 "(풍선이 진입한) 알래스카의 알류샨 열도와 (격추된) 캐롤라이나 해안 사이에 미국인이나 캐나다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풍선을 바로 격추할 수 있는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의 뻔뻔함을 상기시키는 것이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주권을 방어하고 힘의 메시지를 보내고 억제력을 강화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의 비판에 대해 두 단어로 말하겠다"면서 "시기상조(premature)이고 정치적(political)"이라고 말했다. 풍선을 바다 위에서 격추하는 것은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을 뿐만 아니라 탑재된 장치를 통한 정보 획득을 극대화한 것이었다고 맞섰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 풍선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3회, 바이든 행정부 초기 1회 영공을 침범한 적 있다고 밝혔다. 중국 풍선의 미국 영공 진입이 전 정권에도 있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3회 침투설이 "순전히 가짜 허위 정보"라고 정면 반박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중국 풍선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대응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검토 중이라고 NBC뉴스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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