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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불안에 꽉 묶인 '코로나 저축' 일본 GDP의 10% 넘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0일 일본 도쿄 시내 가게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일본 도쿄 시내 가게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일본 가계가 모아온 ‘코로나 저축’이 방역 완화 후에도 줄지 않는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 국민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보복 소비 대신 저축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다이와증권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일본의 ‘코로나 저축’은 62조엔(약 589조원)에 달했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는 수준이다. 앞서 2021년 4월 일본은행은 경제·물가 보고서에서 당해 연말 저축액이 약 50조엔(약 475조원)일 것으로 전망하며 “코로나19가 완화되면 가계가 저축 일부를 헐어 소비를 밀어 올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본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고, 저축을 택한 셈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2021년 중반 2조달러(약 2500조원)에 달했던 저축액이 지난해 말에는 3분의 1 수준인 7100억 달러(약 890조원)로 축소됐다. 닛케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을 추진했지만, 가계는 보복 소비를 비롯한 지출을 늘려 경제를 떠받쳤다고 봤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본의 저축이 줄어들지 않은 원인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꼽힌다. 다이와증권 관계자는 “장래 생활에 대한 불안이 뿌리 깊은 일본에서는 저축을 많이 줄일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임금 상승과 사회보장 강화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쿠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상승이 수반되지 않는 한 코로나 저축은 장래에 있을 지출에 대한 대비일 뿐"이라며 "소비로 활용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일본 국민의 ‘저축 사랑’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도 남달랐다. 일본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 10만엔(약 95만원)의 70%가량을 저축했는데, 이 때문에 경기 활성화 효과가 기대보다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과 호주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이 가계부 애플리케이션 ‘머니 포워드 ME’ 이용자 23만 명의 결제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다. 다만 저소득층에서는 재난지원금을 받은 후 소비 증가액이 다른 계층들보다 높았다.

최근에는 일본 노동자의 임금이 ‘잃어버린 30년’ 동안 제자리걸음 하면서 실질 임금이 감소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 상승해 4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을 기업에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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