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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이란 드론 6000대 만든다"...드론공장 설립에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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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러시아와 이란이 이란이 개발한 무인공격기(드론)를 러시아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독일 등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전차 등을 지원하기로 하자, 최근 드론 공격을 늘려온 러시아가 비대칭 전력 강화에 더욱 힘을 쏟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에서 최근 격추했다고 밝힌 이란제 드론의 파편.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에서 최근 격추했다고 밝힌 이란제 드론의 파편.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와 이란 양국은 러시아에 공장을 설립하고 이란의 기술력으로 드론을 생산하는 데 최근 합의했다. WSJ는 "이란의 고위급 대표단이 지난달 초 러시아를 방문해 공장이 들어설 부지를 방문하고 세부사항을 조율했다"며 "자폭 드론을 최소 6000대 이상 제작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한단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란 대표단이 둘러본 공장 부지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600마일(약 966㎞) 정도 떨어진 인구 6만~7만명의 공업 도시 옐라부가로 알려졌다. 대표단을 이끄는 두 축은 이란혁명수비대(IRGC) 항공우주 연구조직을 이끄는 압둘라 메흐라비 장군과 이란 국영 드론 제작업체 쿠즈 항공산업의 가샴 다반디안 최고경영자(CEO)다. 이중 다반디안 CEO는 지난달 미국이 발표한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러시아는 그간 이란에서 자폭 드론을 제공 받아 우크라이나 전력망 등을 공습하는 데 활용해왔다. 새해 첫날부터 자폭 드론으로 맹폭을 가하는 등, 전쟁 장기화로 병력이 부족해지자 공격용 드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향해 사격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향해 사격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그러나 이란제 드론 '샤헤드-136'은 프로펠러 엔진으로 움직이는 탓에 속도가 느리고 소음이 심해 소총 사격에도 격추될 만큼 방어에 취약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이 지난해 가을 이후 현재까지 격추했다고 밝힌 자폭 드론만 540여대에 달한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 새로 설립될 공장에선 속도를 더 낼 수 있고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개량형 드론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새로 제작될 드론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새로운 도전을 안길 수 있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M1 에이브럼스(미국)와 레오파르트2(독일) 등 주력 전차 지원을 끌어낸 바 있다. 현재는 F-16 등 전투기까지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현대판 나치즘"이라며 맹비난해온 러시아의 위기감이 커진 만큼, 드론 의존도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온다.

한편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이란은 물론 중국 등에서도 군수 장비를 조달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중국 국영 방산업체들이 전투기 부품 등을 러시아에 수출해 온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이란과의 협력은 점점 더 강화하는 추세다. 드론을 제공 받는 대가로 전장에서 포획한 서방 무기를 이란에 넘겨줘 복제품을 만들도록 돕는 한편, 지난달 말에는 양국 은행 간 통신망 연결에도 합의했다. 두 나라 모두 서방 금융망에서 사실상 퇴출된 상황에서 양국 간 거래의 숨통을 틔우겠단 의도다.

미국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WSJ는 "미 정부는 지난 3일 이란 드론 제조업체 관계자 8명에 제재를 가하는 등 이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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