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는 삼국지](7) 천하에 나는 없어도 되지만 공이 없어선 안 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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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은 원술이 군량을 보내지 않아 패한 것에 대해 원술에게 정색을 하고 따졌습니다. 이에 당황한 원술은 참소한 자의 목을 베라고 명령하고 손견에게 사과했습니다. 동탁은 연합군 선봉에 선 손견을 회유하기 위해 부하 장수 이각을 보내 사돈을 맺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손견은 ‘황실을 뒤엎은 무도한 놈의 구족(九族)을 멸하고자 하거늘 어찌 역적과 사돈을 맺겠느냐?’며 격분했습니다.

손견 [출처=예슝(葉雄) 화백]

손견 [출처=예슝(葉雄) 화백]

동탁이 화를 내며 대책을 묻자 참모인 이유가 장안(長安)으로 천도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 근거는 동요였습니다. 동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서쪽에도 하나의 한나라 西頭一個漢

동쪽에도 하나의 한나라 東頭一個漢

사슴이 장안으로 들어가야만 鹿走入長安

사방서 이런 난리 없어진다네 方可無斯難

즉, 동요의 내용을 빌미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천운이 끝난 낙양을 버리고 장안으로 천도하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동탁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장안은 자신의 근거지인 양주(凉州)와 가까워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동탁은 즉시 장안으로 천도할 것을 명령합니다. 그러자 사도(司徒) 양표가 불가함을 아룁니다. 동탁이 수긍할 리 없었지요. “네가 감히 국가 대계를 막으려 하느냐?”라며 일축합니다. 태위(太尉) 황완도 나서서 말렸습니다. 노한 동탁은 “다시 여러 말 말라”고 못 박습니다. 사도 순상도 수도를 옮기면 백성들이 불안해 할 것이라며 천도가 어렵다고 충고했습니다. 동탁은 서슬 퍼런 목소리로 “천도를 하는데 어찌 하찮은 백성들을 아끼겠느냐?”고 외칩니다. 순상도 지지 않고 다시 말했습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입니다.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안정되는 법입니다. 수도를 옮겨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없으면 그때부터 천하는 위태로워집니다.

순상의 이 말은 나관중 본에 나옵니다. 모종강 본에는 빠져 있습니다. 동탁에게 천도가 불가함을 고한 세 사람은 그날로 파면되어 서민으로 강등당했습니다. 장안으로의 천도는 지체 없이 시행됐습니다. 동탁은 낙양의 부자들을 ‘반신역당(反臣逆黨)’으로 몰아 재산을 빼앗고 모조리 참수했습니다. 백성들도 굴비 엮듯이 묶어 끌고 갔습니다. 또한, 황제와 황후 등 묘란 묘는 모조리 파헤쳐 각종 보물을 훔쳤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궁궐에 불을 질러 낙양을 온통 불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무엇이 남았을까요. 울부짖는 소리만 천지를 진동했습니다.

낙양에 제일 먼저 들어온 제후는 손견이었습니다. 손견은 불바다가 된 궁궐의 불을 끄고 낙양을 정비합니다. 다른 제후들은 영채에서 할 일 없이 시간만 보냅니다. 조조가 동탁을 뒤쫓자고 원소를 재촉했지만 그는 피로함을 핑계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조조가 일갈했습니다.

“저런 바보 천치들과 무슨 일을 꾸밀 수 있겠느냐.”

조조는 군사를 이끌고 동탁을 추격했습니다. 하지만 동탁도 추격이 있을 것을 대비했습니다. 결과는 조조군의 대패였습니다. 조조는 화살까지 맞고 말도 잃은 채 사로잡혔습니다. 이때 조홍이 구해줍니다. 조홍은 추격병이 오자 조조에게 자신의 말을 내어줍니다. 조조가 걱정을 하자 조홍이 천고에 길이 남을 멋진 말을 합니다.

천하에 이 홍은 없어도 되지만 공이 없어서는 아니 됩니다. (天下可無洪不可無公)

조조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조홍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조홍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는 조홍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퇴각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손견은 낙양성의 우물에서 옥새(玉璽)를 얻게 됩니다. 예부터 옥새는 하늘이 주는 보물로 인식되었습니다. 즉, 황제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손견은 옥새를 손에 쥐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병을 핑계로 강동으로 돌아가서 후일을 도모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비밀은 없는 법. 원소가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옥새를 두고 "내놓아라!" "모르는 일이다!"라며 설전을 벌이다가 칼까지 뽑아 들었습니다. 여러 제후가 말려서 싸움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손견은 그 즉시 낙양을 떴습니다. 분이 풀리지 않은 원소는 형주자사(荊州刺史) 유표에게 편지를 보내 손견의 길목을 막고 옥새를 뺏으라고 했습니다.

수명우천 기수영창(受命於天 旣壽永昌)이 새겨진 옥새. [출처=바이두 백과]

수명우천 기수영창(受命於天 旣壽永昌)이 새겨진 옥새. [출처=바이두 백과]

동탁에게 패한 채 연합군의 영채로 온 조조는 제후들의 한심한 작태를 알고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역적토벌이란 본뜻은 사라지고 각자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딴마음만 품고 시간과 음식만 축낼 뿐이었습니다. 조조는 거사가 성공하기 틀렸다고 판단하고 군사를 이끌고 돌아갔습니다. 공손찬도 유비 형제와 함께 돌아갔습니다. 그 사이 연합군의 연주자사 유대는 동군태수 교모에게 군량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가서 교모를 죽였습니다. 동탁과 싸워도 모자랄 판에 자중지란까지 겹친 것이었습니다.

중국 CCTV의 〈백가강단〉을 통해 차세대 젊은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역사 멘토로 선정된 위안텅페이(袁騰飛)는 그의 저서 『한말삼국(漢末三國)』에서 중국인의 결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환난을 극복할 때는 함께 하지만 부귀는 나눌 수 없다는 점이다. 아직 부귀해질 때가 된 것도 아니고 제후들이 연맹을 맺은 것도 엊그제일 뿐이다. 더군다나 동탁이 무슨 조처를 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스스로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꼴이니 참으로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할 때나 한나라가 동탁에 의해 망해갈 때나 어찌 이리 똑같은가요. 위안텅페이 말처럼 중국인의 가장 큰 결점 때문일까요. 동탁 토벌의 기치를 걸고 삽혈맹세까지 하면서 의기양양하게 일어섰던 연합군은 동탁군과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내부적인 다툼만 일어났습니다. 모두가 서로 다른 꿍꿍이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탁은 연합군의 이러한 행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 그 조차도 ‘참으로 한심한 놈들!’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모종강은 조홍이 조조를 구하는 모습을 이렇게 평했습니다.

천 명의 군사를 얻기는 쉽지만 한 명의 장수는 구하기 어렵고, 여러 명의 장수를 얻기는 쉽지만 한 명의 주군(主君)을 구하기는 더욱 어렵다.

한 사람의 훌륭한 주군을 모시는 것은 참모의 큰 영광입니다. 훌륭한 참모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주군의 커다란 복입니다. 이들의 관계가 진정한 수어지교(水魚之交)를 이룰 때 국가도 부강하고 백성도 고복격양(鼓腹擊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없어서는 안 될(不可無)’ 사람은 드물고, ‘없어도 되는(可無)’ 사람은 널려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언제나 번잡하고 시끄러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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