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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의 극치" 대놓고 안철수 때렸다…전대 앞둔 尹의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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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주변에 한 발언의 일부다.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인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놓고 몇몇 참모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무례의 극치’는 안철수 의원을 가리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주변에 국민의힘 전당대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무례의 극치"라는 표현까지 썼다는 게 대통령실 주변의 전언이다. 사진은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관련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원전 방문시 양국 정상간 교환한 기념물을 살펴보고 있는 윤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주변에 국민의힘 전당대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무례의 극치"라는 표현까지 썼다는 게 대통령실 주변의 전언이다. 사진은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관련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원전 방문시 양국 정상간 교환한 기념물을 살펴보고 있는 윤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격노에 가까운 말을 한 건 안 의원이 주장해온 ‘윤ㆍ안(윤석열ㆍ안철수) 연대’ 때문 이라고 한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등록 후 정견 발표에서 “윤안 연대가 없었으면 어떻게 지난번 대선 때 후보 단일화를 했겠나. 후보 단일화가 곧 윤안 연대”라며 윤안 연대를 핵심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이런 안 의원의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 상황이 엄중한데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연대 운운한 것은 극히 비상식적 행태”라고 질타했다는 것이다. 무례의 극치란 표현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안 의원의 이른바 ‘윤핵관’ 발언을 놓고도 윤 대통령 주변 기류가 냉랭하다. 안 의원은 “윤핵관 지휘자는 장제원 의원” 등 여러 자리에서 윤핵관이란 표현을 거론했다. 윤핵관이라는 표현을 처음 만든 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다. 지난해 대선때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벌어지자 윤 대통령측을 공격하면서 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5일 “윤 대통령은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고 인식한다”고 전했다.

이런 기류는 이날 오후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나러 국회를 방문한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의 발언에도 그대로 반영돼있다. 이 수석은 기자들에게 “안 의원이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선거운동에 개입하고 있다’고 썼는데, 그동안의 상황을 보면 굉장히 잘못된 모순“이라며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윤안 연대라는 표현을 누가 썼나.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이야기하나.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로, 연대라는 표현을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부 후보들이 참모를 간신배로 모는 건 굉장히 부당한 이야기로, 대통령이 간신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하고 국정운영을 하고 계시겠나.”

대통령실은 안철수 의원이 자주 언급한 &윤핵관이란 단어도 문제삼고 있다. 당원권이 정지된 이준석 전 대표가 처음 사용한 말을 당 대표가 되려는 이가 즐겨쓰며 윤 대통령 주변을 공격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하는 모습. 뉴스1

대통령실은 안철수 의원이 자주 언급한 &윤핵관이란 단어도 문제삼고 있다. 당원권이 정지된 이준석 전 대표가 처음 사용한 말을 당 대표가 되려는 이가 즐겨쓰며 윤 대통령 주변을 공격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하는 모습. 뉴스1

이날 기자들과 따로 만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국정 수행에 매진 중인 윤 대통령을 후보 자신과 동일하게 놓고 캠페인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을 안 의원도 잘 아실 것”이라며 “대통령 참모, 대통령과 가깝게 소통하는 사람들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 취급하는 것은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욕보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다만 안 의원을 비판하는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발언이 알려지고 참모들까지 공개적으로 안 의원을 공격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통령실 개입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로나마 전당대회와 거리를 둬왔는데, 이런 기조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사건건 트집 잡다 당원권마저 정지된 이준석 전 대표가 사용하던 표현을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쓰는 게 옳은가”라며 “저쪽에서 반윤을 기치로 세를 결집하겠다면, 진정 윤 대통령과 나라를 위한 이가 누구인지를 드러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이같은 강경기류는 박빙 양상으로 전개되는 전당대회 판세 때문으로 보인다. 나경원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접은 뒤, 나 전 의원을 지지하던 표심이 안 후보 쪽으로 쏠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안 의원이 여당의 당권을 잡게 되면 윤 대통령의 국정 구상이 상당 부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대통령실에서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전대뿐 아니라 내년 총선, 나아가 4년간의 국정운영을 걱정하는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윤 대통령 주변에서 확실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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