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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이 단장, 검경과 안보수사협의체…오늘부터 가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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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물론 검찰까지 참여하는 가칭 상설 안보수사협의체(협의체)가 6일부터 가동한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특히 사실상 안보수사를 지휘할 가능성이 있는 해당 협의체의 활동 기한은 1년으로 확인됐다.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완전히 이관될 내년 1월 1일 이후에도 국정원을 중심으로 안보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지난달 18일 오후 민주노총 '간첩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마친 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지난달 18일 오후 민주노총 '간첩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마친 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5일 중앙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과 경찰은 6일부터 서울 서초구 내곡동 소재 국정원 내에 사무실을 열고 상설 협의체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협의체엔 검찰 인력 일부도 참여할 예정이다.

익명을 원한 안보수사 관계자는 "국정원과 경찰은 그간 개별 간첩사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협의체를 상설로 가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협의체의 단장은 국정원 국장급이 맡고, 경찰에서 총경과 경정급 각 1명씩을 포함한 20여명, 검찰에서도 4명 정도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인력을 합할 경우 협의체는 50여명 규모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국정원과 검·경이 모두 참여하는 상설 기구를 국정원에 설치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전임 정부가 결정한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앞두고 국정원의 대공 수사 참여와 협업 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하는 성격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본지 취재 결과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안보수사협의체의 설치를 두고 계속 힘겨루기를 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 상황을 잘 아는 인사는 "협의체 구성의 주체와 인력 구성, 사무실의 위치 등이 지금까지의 핵심 쟁점이었다"며 "결국 국정원이 단장을 맡은 협의체를 내곡동에 둔다는 것은 국정원을 중심으로 한 안보수사의 과도 체제가 이뤄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안보 수사 관계자는 "협의체 설립과 관련한 최종 공문에는 협의체의 활동 기간을 1년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내년 1월 1일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완전히 넘겨지더라도 국정원이 협의체를 근거로 당분간 대공수사를 주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그래픽 이미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그래픽 이미지.

국정원 중심의 상설 협의체 구성은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전담하게 될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대공 수사는) 해외 수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국내 경찰이 전담하는 부분에 대해 살펴봐야 할 여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국정원 중심의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배경으로 경찰이 가진 해외 정보 역량의 한계를 원인으로 꼽는 이가 많다. 최근 국정원은 경찰과 함께 중국·베트남·캄보디아 등 제3국을 통한 북한의 간첩 활동 등을 파악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국정원의 해외 정보역량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경찰 역시 지난해 말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등 전국 56개 경찰서에 안보수사팀을 신설하고 안보 수사인력 131명을 늘리고, 외국어·국제안보 분야의 전문인력 121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해외정보망 등에 대해선 당분간 국정원과의 공조가 불가피할 거란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경찰은 다층적 국내 간첩수사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해외와 연계한 간첩수사에서는 아직 역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법 개정에 따라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완전히 넘어가도록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과 경찰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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