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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손흥민 "그건 범죄죠"…'계약서 서명' 분쟁서 1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을 마친 뒤 지난해 12월 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손을 흔드는 모습. 뉴스1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을 마친 뒤 지난해 12월 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손을 흔드는 모습. 뉴스1

손흥민(31)과 전 매니지먼트사 ‘스포츠 유나이티드’의 결별 과정은 적법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부장 김성원)는 지난 1일, 아이씨엠스텔라코리아 장기영 대표가 손앤풋볼리미티드를 상대로 낸 정산금지급‧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2019년 광고 4건에 대한 정산금 2억 4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장씨 측이 청구한 정산금 8억 8000만원의 약 2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장씨가 청구한 손해배상금 18억은 인정되지 않았다.

손앤풋볼리미티드는 손흥민 선수의 부친 손웅정(61)씨가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다. 아이씨엠스텔라코리아(구 ‘스포츠 유나이티드’) 장기영 대표는 2008년 손흥민이 독일 함부르크에 갔을 때부터 인연을 맺고 통역‧생활지원‧언론대응 등을 도와주는 사이였지만, 2019년 손흥민과 결별했다.

독점 에이전트 계약? 법원 “아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양측이 10년 넘는 관계를 정리한 계기는 2019년 6월 장씨가 드라마 제작사·매니지먼트를 겸하는 A사에 자신의 회사를 팔기로 하면서다. 매각 소문이 돌 때부터 자신이 ‘엔터 업계’와 연관되는 데에 반대 의사를 밝혔던 손흥민은 6월 실제 매각이 진행된 뒤에도 꾸준히 ‘A사와 손흥민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장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손흥민은 A사가 ‘손흥민’을 언급하며 투자설명회를 연 직후인 11월 21일 “저는 축구만 하면 되고, 돈 욕심 없다고, 하기 싫다고 분명히 계속 말씀드렸는데 11월에 무슨 설명회 자료에 제 얼굴이 들어가고 사업 진행 내용도 있더라”며 ‘신뢰관계 훼손’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반면에 장씨는 “독점 에이전트 계약을 토대로 적법하게 주식을 매도한 것이고, 부당한 계약 해지는 손흥민 측의 과실”이라며 소송을 걸었다.

재판부는 우선 장씨에게 손흥민의 ‘독점 에이전트 계약’이 있는지부터 따졌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외에서 손흥민이 광고 등 계약 체결을 할 때마다 금액의 10%를 장씨에게 지급하는 묵시적‧암묵적 계약, 일종의 ‘혼합계약’이 존재했음은 인정됐다. 그러나 이런 ‘업무-보수지급’ 형태 외에 장씨에게 ‘(손흥민의) 광고체결 권한’ ‘손흥민의 초상권을 이용, 또는 이용을 허락할 권한’은 없었다고 봤다. A사가 투자설명회에서 ‘손흥민’ ‘토트넘’ 등을 언급하며 홍보한 것도 권한 밖의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손흥민 “범죄 아닌가요?” 항의한 계약서… 법원 “서명 모방 가능성”

지난해 7월 열린 손웅정씨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수오서재) 작가 싸인회에서 한 독자가 손씨의 사인을 손흥민 싸인 유니폼에 함께 받은 모습. 지난 1일 법원은 손흥민의 전 매니지먼트 담당 장기영씨가 제시한 계약서에 쓰인 사인에 대해 "모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앙포토

지난해 7월 열린 손웅정씨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수오서재) 작가 싸인회에서 한 독자가 손씨의 사인을 손흥민 싸인 유니폼에 함께 받은 모습. 지난 1일 법원은 손흥민의 전 매니지먼트 담당 장기영씨가 제시한 계약서에 쓰인 사인에 대해 "모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앙포토

구체적인 쟁점은 장씨가 2019년 제시한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2018년 7월 작성)의 진위 여부였다. 손흥민 측은 ‘한 번도 계약서를 따로 쓴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손흥민은 2019년 11월 “더이상 이사님과 신뢰관계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요”라고 장씨에게 이메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계약서가 있다’고 답신을 보낸 장씨에게 손흥민은 “저는 제 손으로 그런 계약서에 사인을 한 적도 없고, 아빠도 에이전트 계약서에 사인을 한 적도 없는데 그럼 그거 범죄 아닌가요”라고 반박했다.

두 명의 필적감정인이 계약서 서명을 감정한 결과는 엇갈렸다. 한 명은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는 등 모방 필체의 특징이 없다’며 손흥민의 서명이 ‘진짜’라고 했고, 손웅정씨의 서명도 ‘진짜’라고 판별했다. 그러나 다른 감정인은 ‘서명의 1/3은 진짜와 유사하지만 나머지 2/3가 부자연스럽다’며 손흥민의 서명을 ‘가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필적 감정과 주변 증언 등을 종합해, 2012년부터 만들어진 손흥민의 서명을 따라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일부 있었다고 판단했다. 모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손웅정씨의 서명은 형태가 단순해 “서명의 동일성을 필적감정만으로 섣불리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 “손흥민, 원치않는 연예활동 우려…신뢰 훼손, 계약해지 타당”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2019년 드물게 언론 인터뷰에 응해 "7줄짜리 계약서에 나와 흥민이 사인이 있는데, 우리는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며 "(엔터 회사와는) 관여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고, 선수 이름만 보고 A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2019년 드물게 언론 인터뷰에 응해 "7줄짜리 계약서에 나와 흥민이 사인이 있는데, 우리는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며 "(엔터 회사와는) 관여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고, 선수 이름만 보고 A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손흥민이 A사와의 관계가 계속될 경우 자신의 초상권이 상업광고에 과도하게 이용되거나 원하지 않은 연예활동 등에 관여될 수밖에 없고, 축구선수로서 운동에 전념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기 충분했다”며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판단했다. ‘신뢰관계가 깨졌는데도 전속활동을 강제하는 건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2019년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전속계약 해지도 적법해 장씨의 손해배상청구는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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