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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19억, 인근 새 아파트는 11억…반포 전세 격차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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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한남동 주택가 너머로 보이는 서초구 아파트 단지. 전민규 기자

서울 한남동 주택가 너머로 보이는 서초구 아파트 단지. 전민규 기자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우뚝 솟은 새 아파트 반포르엘2차와 반포센트럴자이 인근 상가에 자리 잡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한산했다.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전·월세 물량은 늘었지만 집을 구하러 오는 사람은 적다”고 말했다. B부동산 관계자는 “반포르엘2차 입주가 시작하면서 이곳과 인근 단지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더 내렸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체결된 반포르엘2차 84㎡(전용면적·이하동일,4층)의 전셋값은 11억5000만원이었다. 앞서 지난달 7일엔 이 평형대 전세가 13억원(2층)에 계약되기도 했는데, 2주 새 1억원 이상 가격이 내렸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에 전세계약을 갱신한 인근 반포센트럴자이(2020년 4월 입주) 84㎡(15층)는 2년 전 19억원에서 4억원 내린 15억원에 재계약됐다. 새 아파트 전셋값이 입주3년 된 아파트 전셋값보다 낮은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르엘2차의 경우 입주가 시작돼도 전셋집을 찾는 세입자가 많지 않자 조급해진 일부 집주인들이 가격을 추가로 내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했고, 이달 말까지가 정식 입주 기간이다. 강남구 일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와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등 대규모 단지 입주 기간 때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정식 입주 기간이 끝날 무렵 ‘급전세’가 많이 계약됐다”며 “아무래도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때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다 보니 수급논리에 의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인근 부동산업계는 오는 8월 래미안원베일리 2990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면 잠원동, 반포일대 전셋값은 더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 관계자는 “원베일리는 조합원 분담금도 많아 팔고 나가거나 전세로 내놓는 집주인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5일 KB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이후 서울, 특히 한강 이남 11구의 전세가격지수는 급감했다. 지난달 한강 이남 11구의 전세가격지수는 89.239로 기준(100)이 되는 지난해 1월보다 10.8% 하락했다. 특히 같은 기간 강남구는 12%, 송파구는 15.2% 하락했다. 전국 평균 (-7%)의 2배가량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강남 지역에 새 아파트 입주가 늘면서 전세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이 늘었고 고금리로 인해 전세 수요자들은 전세자금을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이 두 가지 요인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최근 강남권 전셋값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은 상반기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아 전셋값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정보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입주 물량은 6303가구로 올해 가장 많은 공급이 예상된다. 특히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1772가구) 등 대형 단지의 입주가 시작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 3구와 동작구 등 상반기에 대형 단지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서울 강남권의 전세가 조정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며 “신축 아파트 전셋값이 내려가면 인근 기존 아파트에서 새 아파트로 이동하는 수요가 생기면서 기존 아파트의 가격도 동반 하락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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