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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징역 2년, 그 뒤에 남은 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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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진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정진호 경제부 기자

정진호 경제부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직후 “항소해 무죄를 받겠다”며 또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행위가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했지만, 이른바 ‘조국사태’가 조국(祖國)에 남긴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단절이다. 2019년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때 서초동엔 조 전 장관을 응원하는 이들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광화문에선 검찰 수사를 지지하는 이들이 태극기를 들었다.

이 분열은 지금도 유효하다. 사회는 여전히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었다. 가족·친구·직장 등 여러 명이 모이는 모든 자리에서 정치 얘기는 금기가 됐다. 그 당시엔 조 전 장관이,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해리포터 속 볼드모트의 지위를 이어받았다. 결코 이름을 말해선 안 된다. 그랬다간 지인들끼리 싸움이 날 테니까.

지난 3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떠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 3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떠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정치적 갈등은 최고조로 치솟았다. 지난해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9개 국가의 지지 정당에 따른 사회갈등 정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정치적 갈등이 ‘매우 심각’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이 90%에 달했다. 19개국 평균(60%)보다 30%포인트 높아 조사 대상 국가 중 1위다. 하버드대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정당 간 상호 관용과 이해가 민주주의 기반을 강화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울타리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정치적 갈등의 심화를 민주주의 위기 신호라고 경고하면서다.

검찰과 언론도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아니라고 부인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최소 34%(최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한국갤럽)의 대다수는 검찰 수사를 믿지 않는다. 정치권이 갈등을 고소·고발로 해결하려 한 정치의 사법화는 수사에 정치적 색깔을 입혀버렸다. 수사권 조정으로 일부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갔고, 검찰은 지휘권을 상실했다. 이후 쌓인 미제로 인해 일선 경찰서에서도 아우성이 나온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때에 검찰을 출입했다. 당시 온갖 피의자뿐 아니라 기소와 거리가 먼 참고인의 집과 직장을 찾아다니며 만났다. 밤에도, 주말에도 일했다. 검찰은 수사력을, 언론은 취재력을 조 전 장관에게 집중했다. 검찰은 기소를, 언론은 기사를 쏟아냈다. 일부는 무죄가 났고, 일부는 오보로 판명 났다. 잃어버린 신뢰에 일정 지분 책임이 있다.

최근에 그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다. 사람이 바뀌었을 뿐 상황은 2019년과 겹쳐 보인다. 이번엔 어떤 문제를 남기고, 회복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조 전 장관 본인에겐 징역 2년(1심)이 남았지만, 그가 남긴 문제의 해결까진 2년으로 턱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