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윤 대통령 발언까지 전해진 여당 전대 우려스럽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 3일 바라카 원전 관련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지난 3일 바라카 원전 관련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윤 대통령, 안철수 겨냥 "국정 운영 방해꾼이자 적"

안 의원 자초한 면 있지만 경선 개입 오해 없애야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실체도 없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대통령실을 인용해 보도했다. 참모들에게 했다는 이 발언은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이 ‘윤안 연대’를 내세운 데 대해서도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처사라며 “극히 비상식적 행태” “도를 넘는 무례의 극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대표 경선을 두고 대통령의 이처럼 강한 언급이 소개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반응은 안 의원이 자초한 면이 있다. 안 의원은 최근 윤핵관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 없고 자기들 공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이 인수위원장 시절의 태도 등을 비판하자 보인 반응이었는데, 윤 대통령은 '윤핵관'이라는 용어에 대해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간신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주려는 악의적 표현을 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쓰느냐는 것이다. 특히 안 의원의 ‘윤안 연대’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어제 “대통령과 당 대표 후보가 동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대통령의 리더십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그동안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이 흘러나오긴 했지만, 윤 대통령의 언급이 전해진 것은 처음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과정에서도 '윤심' 논란이 일었고, 안 의원이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은 정당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사안”이라고 반발하던 상황이다. 의도했건 아니건 당 대표 경선에 윤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다는 시비를 낳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의 후원회장 신평 변호사의 발언도 이번 경선이 얼마나 위태롭게 진행되는지 보여준다. 그는 “안 의원이 대표가 되면 경우에 따라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정계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대통령의 탈당과 신당 창당 얘기가 나오나. 비윤계에서 대통령실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등 여당 전체가 진흙탕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정권교체에 성공해 국정을 책임지게 된 국민의힘은 전당대회와 관련해 허구한 날 이전투구 양상만 노출해 왔다. 당 대표가 되겠다는 후보들 모두 윤심이 자기에게 있다고 내세울 뿐 제대로 된 미래 비전 경쟁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달 무역적자가 월간 기준 역대 최대다. 난방비 상승 폭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컸다. 다가올 위기가 산더미인데 대통령실과 여당이 보여줄 게 이런 모습뿐인가. 이러고도 내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할 표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