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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운동 좀 하지 마세요" 척추의 신 한탄한 '허리운동'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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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정선근 교수는 “디스크는 손상만 더 주지 않으면 저절로 나아진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정선근 교수는 “디스크는 손상만 더 주지 않으면 저절로 나아진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아이고 교수님, 허리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어요. 말도 못 하게 아픕니다.”

“아니, 잘 낫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됐나요?”

“더 좋아지라고 유튜브에서 본 ‘허리에 좋은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과거 심한 허리 통증을 앓았으나 진료를 받고 나아진 한 환자가 다시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왔다. 환자가 열심히 했던 운동을 살펴보니 대부분 허리를 구부렸다 펴는 동작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 환자가 한둘이 아니다. 목·허리 디스크가 좋아지길 바라며 오히려 디스크 찢는 잘못된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들 말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환자들과 일반인이 참고할 만한 콘텐트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척추의 신(神)’으로 불리는 정선근(59)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의 얘기다.

정선근 교수의 저서 『백년허리2』에 소개된 올바른 자세와 나쁜 자세.

정선근 교수의 저서 『백년허리2』에 소개된 올바른 자세와 나쁜 자세.

목·허리 디스크 환자 300만 명 시대, 정 교수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3년 가까이 줄을 서야 할 만큼 환자가 몰린다. 그가 시간을 쪼개 책과 유튜브 등을 통해 올바른 척추관리·운동법을 알리려는 이유다. 정 교수가 쓴 책 『백년목』 『백년허리』 『백년운동』은 디스크 환자들에게 필독서로 통한다. 그가 만든 유튜브 채널 ‘정선근TV’는 구독자 수가 100만 명에 육박한다.

디스크 환자가 해마다 늘어난다.
“디스크는 퇴행성 질환이라 노화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생긴다. 해마다 늘어나는 건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인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최근엔 노트북·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환경이 목 디스크 환자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목·허리 디스크 환자는 296만9330명으로 10년 전보다 70만 명가량 늘었다.)
척추 관리법.

척추 관리법.

정 교수도 디스크를 겪어 그 통증을 안다.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했지만, 40대 들어 허리 디스크 탈출증, 목 디스크 탈출증 등 척추관절 통증을 경험했다. 정 교수는 근본적으로 디스크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 전 세계 논문을 뒤졌다. 수년간 연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디스크는 저절로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씩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의 디스크는 아무는 데 2년 정도 걸린다. 한번 찢어진 디스크는 아물더라도 추가 손상에 약하다. 그런데 생활 속에서 수시로 디스크를 찢는 행동을 하게 된다. 허리를 자주 구부리고, 나쁜 자세로 앉아 일하고, TV나 스마트폰을 보면서다. 특히 안타까운 건 허리를 낫게 하려고 하는 운동을 하다가 악화되는 사례다. 잘못된 허리 운동만 못 하게 해도 절반 정도는 통증이 없어진다.”
어떻게 해야 디스크가 자연 치유되나.
“좋은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요추(허리뼈) 전만, 경추(목뼈) 전만을 유지해야 한다. 서 있는 사람을 옆에서 보면 요추와 경추가 앞으로 휘어진 C자 곡선을 이루고 있다. 허리가 요추 전만 상태일 때 일자 허리에 비해 17배 강해진다. 목도 마찬가지인데 일자목이 되면 목 통증을 겪을 확률이 18배 커진다.”
유튜브 ‘정선근TV’에서 소개한 목 디스크 환자가 하면 안 되는 목 스트레칭.

유튜브 ‘정선근TV’에서 소개한 목 디스크 환자가 하면 안 되는 목 스트레칭.

정 교수는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는 동작으로 ‘신전 운동’을 권한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가슴을 활짝 열고 양쪽 어깨뼈를 붙이고, 턱을 치켜들면서 목을 천천히 뒤로 젖히는 자세다. 이 동작을 하면 목과 허리 모두 전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디스크성 통증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아팠던 환자가 이 동작을 며칠간 반복한 뒤에 확 나아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앉아서 생활하는 학생·직장인이 디스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운동법이 있을까.
“걷기가 여러모로 좋다. 다만 땅에서 발로 전달되는 충격이 허리 디스크에 전달될 수 있는 만큼 과하면 안 된다. 걷고 나서 다음 날 아침에 아프다면 운동이 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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