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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인가 견제인가…금리·인사까지 금융당국 입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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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을 놓고 관치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주요 금융그룹 회장 인사에서부터 은행의 금리 조정까지, 개별 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에 정부 개입이 지나치다는 비판이다. 다만 정부는 은행은 공공재인 만큼 일정 수위의 견제는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낙점되면서 관치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우리금융은 지난 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임 전 위원장을 단독 회장 후보로 정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래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3연임이 유력했다. 하지만 라임 사태와 관련해 1년 6개월가량 징계를 미뤘던 금융당국이 갑자기 손 전 회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결국 손 전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임 전 위원장이 후보로 선출되자 정부에 우호적인 관료 출신을 앉히기 위해 일부러 손 전 회장을 밀어냈다는 비판이 나왔다.

임 전 위원장은 행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옛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원장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지난달 2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우리금융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이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올드보이의 놀이터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우리금융뿐만이 아니다. 최근 5대 금융그룹 중 윤석열 정부 이후 교체가 확정된 곳은 3곳(신한·NH농협·우리)이다. 이 중 전직 관료 출신으로 회장 교체가 확정된 곳은 2곳(NH농협·우리)이다. 신한금융도 3연임을 예상했던 조용병 전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후임으로 낙점되면서 정부와 사전 교감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는 단순한 인사 개입을 넘어 주요 금융사의 지배구조까지 손대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소유가 분산돼서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와 방식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주 사이에서는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이 금융사 주가 저평가의 원인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다만 정부는 금융권에 대한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이 법에 따라서 자율권을 가지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현재 은행은 과점 상태이기 때문에, 마냥 자율에 맡길 수 없고 어느 정도 정부의 견제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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