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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암 이긴 알레…‘세계 암의 날’에 부활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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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고환암을 극복하고 4일 복귀골을 터뜨린 도르트문트 세바스티앵 알레. 왼쪽은 암 투병 중이던 작년 9월 모습. [사진 도르트문트 SNS]

고환암을 극복하고 4일 복귀골을 터뜨린 도르트문트 세바스티앵 알레. 왼쪽은 암 투병 중이던 작년 9월 모습. [사진 도르트문트 SNS]

고환암을 극복한 독일프로축구 도르트문트 공격수 세바스티앵 알레(29)가 ‘세계 암의 날(World Cancer Day)’에 감동의 복귀 골을 터트렸다.

4일(현지시간)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와의 홈 경기. 도르트문트가 2-1로 앞선 후반 6분 알레가 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헤딩으로 방향을 바꿔 골 망을 흔들었다. 알레는 높이 뛰어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다. 동료들이 몰려가 축하인사를 건넸다.

프랑스 태생으로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인 알레는 지난 시즌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 유니폼을 입고 34골을 터트렸다. 결정력을 인정 받아 지난해 여름 이적료 418억원에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었다. 맨체스터시티로 떠난 엘링 홀란의 빈자리를 메울 카드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새 시즌을 앞두고 불운이 찾아왔다. 구단 신체검사를 통해 고환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후 2차례 수술과 4차례 항암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알레는 항암 치료 탓에 지난해 10월 발롱도르 시상식에 민 머리에 특유의 턱수염 없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올 시즌 전반기도 컨디션 회복에 전념했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암과 싸운 끝에 반년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지난달 22일 뒤늦게 도르트문트 데뷔전을 치른 알레는 이후 마인츠전에서 도움을 올리더니 복귀 4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부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는 알레. AP=연합뉴스

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는 알레. AP=연합뉴스

공교롭게도 경기 당일(2월 4일)은 ‘세계 암의 날’이었다. 국제암연맹이 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암 환자를 돕기 위해 매년 이날 캠페인을 벌인다. 알레는 ‘F*CK CANCER(암 꺼져)’라는 문구를 새긴 축구화를 신고 뛰며 팀의 5-1 대승과 3위 도약에 기여했다. 알레는 “구름 위에 있는 것 같다. 경기장이 활활 불타오르는 느낌이다. (암 투병) 첫날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도르트문트 구단은 홈 구장인 지그날 이두나 파크 센터 서클에 흰색 스프레이로 고환암을 상징하는 혹을 그려 넣고 “정기적으로 암 검진을 받자”는 글을 추가했다. 또 소셜미디어에 지난해 9월 관중석에서 민머리로 찍은 알레의 셀카 사진과 복귀 골을 넣은 직후 엄지척하는 알레의 사진을 나란히 올리며 “그는 영웅”이란 글을 남겼다.

알레는 암에 대한 분노를 표하는 글귀가 새겨진 축구화를 신고 뛴다. EPA=연합뉴스

알레는 암에 대한 분노를 표하는 글귀가 새겨진 축구화를 신고 뛴다. EPA=연합뉴스

알레를 비롯해 암을 극복하며 팬들에게 희망을 전한 스포츠 스타들은 많다. 북미아이스하키(NHL)에서 1723포인트를 올린 마리오 르뮤(58·캐나다)는 1993년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두 달간 방사선 치료를 받은 끝에 빙판에 돌아온 첫 경기에서 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이후 7시즌을 더 뛰었다.

2006년 8월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투수였던 존 레스터(39·미국)는 교통사고 치료를 받다가 림프종 진단을 받고 화학 치료를 받았다. 이듬해 마운드에 복귀한 그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그 다음 시즌엔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1996년 25세였던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52·미국)은 고환암이 폐와 뇌까지 퍼졌지만 이를 극복하고 1999년부터 7년 연속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했다. 한때 기적의 주인공으로 칭송 받았지만, 이후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들통나 영구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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