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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성들 『82년생 김지영』에 공감”…대만도서전의 한국 문학 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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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왼쪽)와 손원평 작가가 4일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독자와의 대화를 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김연수 작가(왼쪽)와 손원평 작가가 4일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독자와의 대화를 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최선을 다했는데도 좌절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제 소설이 어떤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문학이 가진 힘이고, 이런 힘은 국경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연수 작가는 대만 타이베이 국제무역센터에서 열린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지난 4일 이렇게 말했다. 독자와의 대화 자리에서다. 김 작가의 소설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각각 2019년과 2020년 대만에서 출간됐다. 독자와의 대화가 진행된 ‘레드살롱’에는 대만인들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김 작가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출연했던 일화를 설명하며 “홍 감독이 조감독한테 한국 30대 소설가 중에 잘 생긴 세 명을 골라달라고 했고, 홍 감독이 저를 찍었다고 한다. 믿으셔야 한다”고 말해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어 독자와의 대화에 나선 손원평 작가는 인기가 각별했다. 50여명이 몰려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 서서 듣는 참석자가 적지 않았는데, 이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손 작가의 소설 『아몬드』와 『서른의 반격』은 각각 2018년, 2019년 대만에서 번역됐다. 손 작가가 감독한 영화 ‘침입자’가 대만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해 대만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손 작가는 『아몬드』 대만 번역판을 들어 보이며 “한국과 표지가 다른데 굉장히 표현을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만본 표지는 한 아이의 그림자에서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다. 손 작가는 “주인공은 보통의 인물이지만 괴물 같은 그림자가 있고, 그럼에도 꽃을 피우는 게 소설의 내용인데 표지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4일 대만 독자가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대만 번역본을 살펴보고 있다. 윤성민 기자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4일 대만 독자가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대만 번역본을 살펴보고 있다. 윤성민 기자

대만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추세다. 대만에 소개된 외서의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은 4위다. 일본과 영미권 도서를 제외하면 한국 책이 대만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다. 도서전을 찾은 대만 국립정치대 대학원생 려위링씨는 “최근 5년 사이에 한국 문학의 인기가 높아진 것 같다. BTS가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추천하는 등 다양한 한국 작품을 소개한 것도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만 여성들이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에 많이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82년생 김지영』은 2018년 대만에서 출간되자마자 전자책 사이트 리드무에서 1위를 기록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도서전엔 한국의 13개 출판사·에이전시가 참가했고, 49개 출판사의 도서 305종이 전시됐다. 대만인들이 꾸준히 한국관을 찾았다.

31회를 맞은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은 지난달 31일 개막했다. 주빈국은 폴란드. 넷플릭스 시리즈와 게임으로 유명한 『위쳐』의 작가 안제이 사프콥스키가 방문해 “앞으로 프리퀄 성격의 후속편을 쓸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은 2020년 주빈국이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지난 4일 주말을 맞아 많은 시민이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을 찾았다. 윤성민 기자

지난 4일 주말을 맞아 많은 시민이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을 찾았다. 윤성민 기자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은 베이징, 상하이 국제도서전과 함께 중화권의 대표적인 국제 도서전이다. 지난해 도서전 방문객이 25만 명이었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 방문자는 10만 명이었다. 나라 규모에 비해 도서전 열기가 뜨거운 편이다. 지난해 기준 대만의 서점 수는 2078곳으로, 한국의 2500곳보다 적지만 대만 인구가 한국의 46%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만 서점이 두 배 많다. 김연수 작가는 “며칠 타이베이의 서점과 도서관을 둘러 보니 탄탄한 글쓰기 문화가 느껴졌다”고 했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독서의 다중우주(The Multiverse of Reading)’였다. 차이잉원 총통이 개막식에 참석해 “책을 읽는다는 건 우주인이 되어 여러 겹의 우주 공간을 탐험하는 일”이라고 축사했다. 대만 총통은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 매년 참석한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서울국제도서전에 특별한 일정 등 문제가 없다면 참석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도서전에 참석하지 않았다.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은 5일로 막을 내렸다.

대만에서도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으로 만화책 『슬램덩크』 인기가 대단했다.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한 방문자가 『슬램덩크』 홍보 부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윤성민 기자

대만에서도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으로 만화책 『슬램덩크』 인기가 대단했다.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한 방문자가 『슬램덩크』 홍보 부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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