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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급 예우 '중통령' 선거 임박…현 회장 경쟁후보 없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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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 모습. 오른쪽부터 추경호 경제부총리,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석열 대통령,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 대통령실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 모습. 오른쪽부터 추경호 경제부총리,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석열 대통령,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 대통령실

이른바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가 이달 말 치러지지만 김기문 현 회장 외엔 뚜렷한 경쟁 후보가 없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직전 선거(2019년) 때는 선거 100여일 전부터 후보 6~7명이 경합한 바 있다.

5일 경제계에 따르면 중기중앙회는 이달 28일 총회를 열고 임기 4년의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한다. 오는 6~7일 이틀간 후보자 등록을 한 후 선거 운동을 시작한다. 전국 500여 개 업종·지역별 협동조합 이사장이 투표하는 방식이다. 보통 추대로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여타 경제단체장들과 차이가 난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부총리급 예우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짧은 편이라 과거엔 주요 후보자들이 일찌감치 일찌감치 캠프를 차리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번엔 김기문(68) 현 회장(제이에스티나 회장) 외에 뚜렷하게 거론되는 후보가 없다는 게 중기중앙회 안팎에서 공통으로 전하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기중앙회장은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데다 728만여 개 중소기업을 대변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경제 회의·행사에 두루 참석한다. 부총리급 의전을 받으며, 대통령 해외 순방에도 거의 매번 동행한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특정활동비로 월 1000만원씩 연 1억2000만원을 쓸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중기중앙회가 최대 지분을 보유한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을 맡아 연 4800만원의 보수도 받는다. 부회장단(25명)을 직접 추천·구성하는 등 인사권도 크다.

과거엔 정치권 진출도 잦았다. 역대 회장 11명 중 6명(6~11대 김봉재, 12~14대 유기정, 16대 황승민, 17대 박상규, 18~19대 박상희, 22대 김용구)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노란우산 로고. 노란우산공제는 중소기업중앙회가 2007년 도입한 공제 제도로, 자영업자나 소기업인 등이 폐업할 때 퇴직금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노란우산공제 폐업공제금은 총 98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전까지 최고액이었던 전년(9040억원) 기록을 넘어섰다. 중앙포토

노란우산 로고. 노란우산공제는 중소기업중앙회가 2007년 도입한 공제 제도로, 자영업자나 소기업인 등이 폐업할 때 퇴직금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노란우산공제 폐업공제금은 총 98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전까지 최고액이었던 전년(9040억원) 기록을 넘어섰다. 중앙포토

“현직 회장 영향력 세고 기탁금 2억도 부담”

이런 데도 이번 선거가 조용히 치러지는 데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한 중소기업 대표이자 지역협동조합 이사장인 A씨는 “김기문 현 회장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경쟁 주자가 별로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임기 중 납품단가 연동제, 기업승계제도 개선 등 주요 정부 정책에 ‘중기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연임에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다른 후보가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란 얘기다. 그가 중기회장직을 오래 맡아 여야 정치권 인맥이 탄탄한 것도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2일에는 그동안 대한상공회의소가 단독으로 주최했던 재계 신년인사회를 중기중앙회가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석한 바 있다.

현행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 중기중앙회장은 연임은 한 번만 가능하지만 중임 횟수엔 제한이 없다. 3연임만 아니라면 몇 번이든 회장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2007년 3월~2015년 2월 8년간 중기중앙회장을 맡았고, 2019년 2월 다시 회장으로 선출돼 연임이 가능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국민의힘-중소기업계 간담회에 앞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부터 중소기업 정책건의백서를 받아 들고 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국민의힘-중소기업계 간담회에 앞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부터 중소기업 정책건의백서를 받아 들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중기 업계 관계자는 “후보자 기탁금 2억원도 부담 요소”라고 말했다. 후보자 난립을 막기 위해 만든 기탁금은 유효 투표 수의 50% 이상 득표 때만 전액 반환하고, 20~50% 득표 때는 절반, 20% 미만 득표자는 반환하지 않는다. 이번처럼 득표가 불확실하고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선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선거전엔 기탁금 외 비용도 추가로 든다는 게 공공연한 얘기다. 이전 회장 후보 중엔 금품 선거 혐의로 기소되거나 유권자에게 식사 등 향응을 제공해 사전 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경우도 있다. 그만큼 혼탁 선거·과열 선거 양상을 보였다. 이에 2020년 국회 입법조사처는 “중기중앙회장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중앙회장 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실제 2019년 선거 때는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 관리를 맡아 불법 행위를 적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선거는 중기중앙회가 선관위에 위탁하지 않기로 지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위탁 관리에도 비용이 드니 자체적으로 치르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과거 같은 과열 양상이 없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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