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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째 '늦깎이들' 몰려온다…인생관 심어주는 이 강의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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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3시 대전시 서구 목원대 문화콘텐트대학 강의실. 학생 40여 명이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목원대 역사학과 도중만 교수가 2003년 개설한 과목으로 학생은 물론 일반인도 수강이 가능하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토론을 하는 스터디 방식의 강의다.

목원대 역사학과 도중만 교수가 진행하는 사기(史記) 강의를 일반 시민들이 듣고 있다. 사진 목원대

목원대 역사학과 도중만 교수가 진행하는 사기(史記) 강의를 일반 시민들이 듣고 있다. 사진 목원대

목원대에 따르면 2002년 부임한 도 교수는 이듬해인 2003년 제자들을 위해 스터디를 만들었다. 중국사를 전공한 그는 사기(史記)의 원문을 활용, 강의하고 있다. 단순히 학점을 따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인생관을 심어주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한다. 강의는 2시간 과정으로 학기 중에는 매주 화요일 오후 5시, 방학 중에는 화요일 오후 3시에 시작한다.

목원대 도중만 교수, '사기(史記)' 강의 일반인에 개방

일반인들이 도 교수 강의를 듣게 된 건 2004년부터다. 2003년 강좌를 개설하고 1년이 지나자 소문을 들은 외부인들이 “우리도 듣고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며 요청하면서 참여가 가능해졌다. 당시 도중만 교수는 “학문은 공적으로 가르치고 공적으로 배워야 한다”며 흔쾌히 열린 강좌로 전환했다. 강좌에 일반인이 들어오면서 역사학과 학생들의 참여 열기도 뜨거워졌다는 게 도 교수 설명이다.

사기 강의에는 40~50명의 학생과 일반인들이 참여한다. 일반인 가운데는 2005년부터 19년째 출석하는 한경애(58)씨를 비롯해 김춘자(72)씨와 이광규(69)·양연호(60)·김춘교(74)씨 등이 눈길을 끈다. 학원에서 중·고등학생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한경애씨는 지인을 통해 “목원대에서 중국역사를 공부하며 토론하는 스터디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한다.

목원대 역사학과 도중만 교수가 사기(史記) 강의 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목원대]

목원대 역사학과 도중만 교수가 사기(史記) 강의 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목원대]

가정주부인 김춘교씨는 사기를 배우기 위해 16년째 매주 한 번씩 목원대를 찾는다. 김씨는 “붓글씨를 배우다 우연히 역사학과 스터디를 알게 됐고 사기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워가고 있다”며 “조금 더 일찍 배웠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인지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민들 "중국 역사 알아가는 재미에 빠져" 

10년째 사기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는 김춘자씨는 강의 때마다 가장 먼저 도착해 과제와 자료 조사를 준비하는 모범생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강의에서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광규씨는 “13년째 스터디에 참여 중인데 중국의 역사를 연대별로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김원배 전 목원대 총장도 재임 시절 스터디에 동참, 학생들과 토론시간을 갖기도 했다.

도중만 교수는 “(사기) 스터디에 역사학과 학생은 물론 목원대 교수와 교직원, 다른 학교 교수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참여했다”며 “외부에서 오는 분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역사학과)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목원대 역사학과 도중만 교수(오른쪽)가 사기(史記) 강의 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목원대]

목원대 역사학과 도중만 교수(오른쪽)가 사기(史記) 강의 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목원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사기 스터디에서 공부했던 역사학과 졸업생 송해인(25)씨는 “인생 선배들과 함께 스터디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았고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스터디에 들어가서 후배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목원대, 지역사회 기여 차원 지식봉사 확대 

한편 목원대는 지역사회 기여를 늘리기 위해 지식봉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학과별로 교수들이 정규수업 외에 스터디 등을 통해 학생의 공부를 돕는 심화학습 ‘Q+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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