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4시간 무인매장 돌며 훔친 남매…대법이 원심 파기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스1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스1

24시간 출입이 가능한 무인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훔친 사람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특수절도와 공동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징역 1년10개월을 선고 받은 A씨에 대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0월 남매인 B씨와 함께 서울 성북구와 동대문구 일대 무인 매장을 돌며 다섯 차례에 걸쳐 57만원 어치의 현금과 상품을 훔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혼자서 무인 매장 계산대를 열고 현금 15만원을 훔치기도 했다. 이밖에 휴대전화를 훔치거나 개인정보를 빼내 소액결제 등을 한 적도 있다.

검찰은 A씨와 B씨에게 절도는 물론 주거침입 혐의도 적용했다. 물건을 훔치려고 무인 매장에 들어간 것 역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A씨에게 징역 1년10개월을, B씨에게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다른 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2심 재판부가 건조물침입죄에 관한 법리를 잘못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또 “주거침입 이외의 나머지 공소사실도 경합범 관계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기 때문에 원심을 전부 파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범행이 일어난 무인 매장의 외부인에 대한 출입 통제와 관리 방식을 지적했다. 무인 매장은 평소 문이 열려 있는 등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건물 관리자들의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를 ‘침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부재중인 매장 주인 의사에 반한다는 추정만으로 주거침입죄를 인정하면, 주거침입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의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무인 매장 출입은 현실적으로 매장 주인의 허가를 일일이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인지를 평가할 때 거주자(매장 주인) 의사는 고려할 요소 중 하나지만, 주된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