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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서 혼자 산다고 "수치"…결혼 앞둔 딸 '명예살인' 한 친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버지에게 '명예살인'당한 이라크 출신의 티바 알-알리(22)와 그의 약혼자.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아버지에게 '명예살인'당한 이라크 출신의 티바 알-알리(22)와 그의 약혼자.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타국에서 살고 있던 이라크의 한 유명 유튜버가 아버지 손에 살해됐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이라크 출신의 티바 알-알리(22)가 지난달 31일 이라크 남부 디와니야에서 아버지의 손에 숨졌다고 보도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알리는 2017년 가족과 함께 튀르키예로 여행을 갔다가 이라크로 돌아오지 않고 튀르키예에 홀로 정착했다.

알리는 이후 자신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하며 1만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가 됐다. 그는 시리아 출신 연인과의 결혼도 앞둔 상황이었다.

사건은 알리가 지난달 개최한 ‘아라비안 걸프 컵’(Arabian Gulf Cup)에 출전한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라크를 다시 찾았을 때 발생했다.

알리의 귀국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이 그를 납치해 디와니야에 위치한 본가로 데려갔고, 딸이 타국에서 혼자 사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그의 아버지는 딸이 잠든 틈을 타 그를 살해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알리의 아버지는 이후 경찰에 범행을 자백하며 “수치스러움을 씻어내기 위해 딸을 죽였다”고 진술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알리가 아버지 손에 사망하자, 이라크 사회에선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악습인 이른바 ‘명예 살인’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라크 정치인 알라 탈라바니는 트위터에 “우리 사회의 여성은 법적 제재 및 정부 대책이 부재한 탓에 후진적 관습의 인질이 됐다”며 이라크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정 폭력 범죄에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이라크 형법은 소위 ‘명예 범죄’에 관대하다”며 “이라크 당국이 여성과 소녀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끔찍한 살인을 목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 여성 인권 운동가 하나 에드와르는 AFP 통신에 알리가 이라크를 떠난 건 남자 형제에게 성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인권관측소도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라크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수도 바그다드에서 오는 5일 알리의 죽음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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