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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재명 부숴도 민주주의 훼손 말라"…6년만의 장외투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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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4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반발하며 대규모 장외 투쟁에 나섰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한 이후 6년 만에 거리에 나온 것이다. 이 대표는 “이재명을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말라. 이재명을 부숴도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말라”며 규탄했다.

민주당은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가두시위를 벌였다. 민주당 소속 의원 100여 명은 파란색 목도리를 일제히 두르고 무대 앞에 모여 앉아 ‘윤석열 정권 검사 독재 규탄한다’ ‘난방비 폭탄 못 살겠다’고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당원·지지자는 시청역까지 400미터가량 세종대로 8차선 도로 중 4차선을 가로막았다. ‘내려와라 윤석열’ ‘이재명과 나는 동지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과 전국 17개 시·도당에서 동원한 깃발이 곳곳에 걸렸다. 윤석열 퇴진 100만 범국민선언 서명운동을 받는 부스는 길목마다 설치됐다. 민주당은 이날 참석 인원을 30만 명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연단에 올라 “독재정권이 물러난 자리에 검사 독재 정권이 다시 똬리를 틀었다”며 “유신(維新) 사무관 대신 검사들이 국가 요직을 차지하고, 군인의 총칼 대신에 검사의 영장이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을 향해 “몰락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갔던 길을 선택하지 말라. 국민의 처절한 심판이 기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당의 대정부 강경 투쟁을 “역사적 소명” “국민의 부여한 책임”이라 규정했다. 그는 “패장이고, 전쟁에서 졌는데 삼족을 멸하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위로 삼겠다”며 “어떤 핍박에도 의연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의 연설은 약 20분간 이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마이크를 잡고 “김건희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문책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이 장관 탄핵 반대 의견이 다수 나왔으나,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의 마음을 모으고 있다”고 밝히며 재차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당 지도부도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투쟁에 힘을 보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고난의 길도, 영광의 길도 이재명과 함께 동행해달라”고 호소했고, 서영교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못하겠다면 그만두는 게 나았다”고 주장했다. 오후 3시부터 이뤄진 사전 행사에서는 “내년에 윤 대통령을 반드시 끝장내자”(정봉주 전 최고위원) “검찰이 범죄 사실을 특정하지 못하고 표적 수사, 먼지떨이 수사를 한다”(김원이 의원)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권은 169석 거대 야당의 집회를 두고 “이재명 방탄 투쟁”이라며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리 수사를 막겠다고 우르르 몰려가 ‘범죄공동체’를 자처해야 하는 이 괴이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 국민은 깊은 한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 대표 후보인 안철수 의원도 “민주당은 조국 사태 때처럼 이 대표의 범죄 혐의를 검찰의 조작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는 보수 단체가 무대 반대편 도로에서 이 대표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연설 때마다 애국가와 트로트 노래를 틀었다. 장구와 꽹과리 소리로도 맞불을 놓았다. 특히 이 대표가 발언할 때는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끊임없이 외쳤다. 이에 박찬대 최고위원은 보수 단체 차량을 가리키며 “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라고 소리쳤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재명 대통령”을 한참 연호하며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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