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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민망해진 '남진 사태'…호감 사려다 화만 산 연예인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용산 CGV 내 한 식당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 간담회에서 배우 김규리 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용산 CGV 내 한 식당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 간담회에서 배우 김규리 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3·8전당대회에서 ‘남진 리스크’가 초반전 변수로 떠올랐다. 김기현 의원이 가수 남진 씨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고 이를 남진 씨가 반발하면서 생긴 문제다.

김 의원은 지난달 27일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주셨다”며 배구선수 김연경 씨, 남진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하지만 남진 씨가 “전혀 모르는 사이인 데다가 꽃다발을 준비한 적도 없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올린 사진. 배구선수 김연경(왼쪽) 씨와 가수 남진(오른쪽) 씨와 함께 찍었는데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이 사진을 내렸다. 페이스북 캡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올린 사진. 배구선수 김연경(왼쪽) 씨와 가수 남진(오른쪽) 씨와 함께 찍었는데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이 사진을 내렸다. 페이스북 캡처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 측이 “제대로 해명하라”고 압박하고 여론도 싸늘해지자 김 의원은 1일 “오해받을 소지가 있었다. 유감”이라며 고개를 숙였고 사진도 내렸다. 남진 씨는 자신과 러브샷하는 사진을 올린 당권주자 윤상현 의원을 향해서도 “모르는 분”이라며 무안을 줬다.

익명을 원한 김 의원 측 인사는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 캠프에서도 연예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당원 지지를 끄는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괜히 화만 부른 셈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가수 남진 씨와 함께 찍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가수 남진 씨와 함께 찍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정치인과 연예인은 그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시각이 많았다. 큰 선거일수록 연예인의 높은 인지도와 호감도를 활용하려는 정치인의 시도가 잦았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배우 김의성·김규리 씨, 가수 이은미 씨의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후보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배우 독고영재·김부선씨와 가수 김흥국씨의 지지를 받았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수 설운도·현미씨의 지지 선언을 끌어냈고,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씨에게는 캠프 조직특보까지 맡겼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씨와 함께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씨와 함께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방송인 홍석천씨의 공개지지를 끌어냈는데, 당시 홍씨는 “안 지사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줄어들고 있다. 연예인을 내세운 ‘후광효과(halo effect)’가 예전만 못해서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권자가 정보를 직접 습득할 수 있어 연예인을 앞세워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게 줄었다”며 “게다가 유권자가 정치인을 평가하는 능력도 과거보다 향상됐기 때문에 무작정 연예인을 앞세워 표몰이를 하는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생겼다”고 말했다.

2017년 2월 방송인 홍석천 씨(오른쪽)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2017년 2월 방송인 홍석천 씨(오른쪽)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연예인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은 미국에서도 이는 논쟁거리다. 미국 정치 관련 매체인 ‘더 힐(The Hill)’이 2019년 미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할리우드 스타의 정치적 선언이 내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응답이 65%에 달했다. 또 응답자 24%는 ‘할리우드 스타의 지지가 오히려 특정 후보에 투표할 의사를 낮춘다’고 답했다.

실제 논란이 된 경우 있다. 2020년 대선에서 배우 앤 해서웨이,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비욘세, 카디비는 민주당 후보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카디비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영상 인터뷰에서 “세금은 줄이고 복지는 늘려달라”는 상충된 요구를 해 미국 지식인층의 비판을 받았다.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영상인터뷰를 하는 가수 카디비. 유튜브 캡처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영상인터뷰를 하는 가수 카디비. 유튜브 캡처

당시 우파 성향의 흑인 여성 정치평론가인 캔디스 오언스는 “바이든은 당신 노래에 관심이 없다. 멍청해 보이니 이용하는 것뿐”이라며 “세금을 줄여달라면서 의료·복지시스템 확충을 원한다는 것은 무식의 극치”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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