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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돈'으로 공약 실행…檢이 주목한 '이재명 의혹' 공통점

중앙일보

입력

대장동,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송금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의혹의 공통점에 검찰이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의혹의 경우 정진상·김용·유동규 등 이 대표의 측근들이 인허가 특혜를 대가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서 금품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자금과 2021년 대선 경선자금으로 쓰였다고 보고,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추적 중이다.

인허가 특혜 대가로 공약실행 등 의심 

검찰은 특히 이 대표가 성남시 1공단 공원화 공약을 내걸면서 대장동 개발업자들과 유착이 시작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천억원으로 추산되는 1공단 공원화 비용을 대장동 업자들에게 떠넘기는 대신, 대장동 개발 수익을 민간업자들이 가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공원화 공약 실현 비용을 대장동 수익으로 충당한 셈이다.

이런 패턴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에서도 발견된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4∼2016년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 등으로부터 160억여원을 성남FC에 후원하도록 하고, 이들 기업의 숙원 사업인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역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선거 공약인 축구단 창설을 실현하기 위해 벌인 일로 보고 있다.

물론 이 대표측은 “개발업자와 기업의 돈으로 공약을 실현했다”는 검찰 논리에 반발하고 있다. 1공단 공원화나 성남FC 축구단 창설 등은 성남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사익을 추구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 대표도 “단 한 푼의 사적이익도 취한 바 없다”(성남FC 의혹 관련 진술서)고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검찰 “정치적 명망도 사익 추구”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입장을 오히려 ‘범죄혐의에 대한 자백’(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요구할 때 처벌하는 제3자 뇌물죄, 정부의 추가 수익을 포기하고 개발업자들에게 이익을 준 배임죄를 그대로 인정한 꼴이라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가 공약실현으로 얻은 정치적 명망 역시 일종의 이익”이라며 “(자기가 얻은) 이익이 전혀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은 이 대표의 유죄 입증은 확신하면서도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확보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공약 실현을 위한 행정 업무에 검찰이 단죄를 시도한다는 야권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최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대북송금 사건에 기대를 거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해 김 전 회장이 북한에 300만 달러를 대신 건네고, 그에 따른 대가를 경기도 측에서 받거나 받으려했다고 의심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 관련 의혹의 패턴이 대체로 비슷해서 대북송금 사건도 수사에 들어가기 쉬운 측면이 있다”며 “특히 직관적으로 국민의 공분을 살 수 있는 사건이어서 수사성과에 대한 검찰 내부의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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