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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호, 우리가 조국이다” vs “조국 서울 구치소 입소 환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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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호 03면

‘조국 사태’ 이후 3년여의 시간이 흐른 3일. 조 전 장관의 선고 공판을 앞두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 도로에는 민주시민촛불연대 등 진보단체와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맞불 집회를 벌였다. 지지자들은 ‘조국 수호, 우리가 조국이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었고 보수단체는 ‘조국 서울 구치소 입소 환영’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조 전 장관은 선고 공판 20분 전인 오후 1시 40분쯤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 도착했다. 갈색 QM3 차량에서 내려 별도 입장 표명 없이 법정에 들어갔다. 운전대는 딸 조민 씨가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조 장관이 법정에 출석할 때마다 직접 차를 몰고 온 점을 고려하면 이날 법정구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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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묵묵히 선고 내용을 듣던 조 전 장관은 재판부가 형량을 밝히기 직전 천장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자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숙인 뒤 다시 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부가 퇴정하자 조 전 장관은 피고인석에 함께 있던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정 전 교수는 이날 아들 입시 비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이 추가됐다.

재판 이후에는 60여명의 시민은 법원 앞에서 조 전 장관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지지자들은 “조국은 무죄다” “조국 수호” “힘내라 조국” 등의 구호를 외쳤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실형 선고에 환호를 지르자 “입 조심하라”며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날 판결에 대해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은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하라”며 조 전 장관을 비난하는 한편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을 비판하며 오는 5일 장외집회를 예고한 더불어민주당에도 ‘석고대죄’를 촉구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사필귀정이라는 말도 아깝다”며 “서초동에 모여 ‘조국 수호’를 외치며 국민을 갈라치고 법치를 유린했던 그 세력들이 이제는 ‘재명 수호’를 외치며 방탄을 위한 장외집회를 대대적으로 예고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행태를 계속하려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1심 판결에 논평을 내지 않은 채 침묵했다. 그간 당내에서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만큼,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결속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거리두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을 엄호했다가 역풍을 경험한 바 있는 정의당 역시 논평 등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019년 여름부터 온 나라를 뒤흔들고 둘로 쪼갠 ‘조국 수사’는 우여곡절 끝에 일부 유죄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조국 사태’로 치달은 국민 사이의 감정의 골은 여전히 깊고,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2019년 8월 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하면서 시작됐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모펀드 투자와 딸 표창장 위조 논란 등 조 전 장관 일가를 둘러싼 의혹이 연이어 불거졌다. 청문회 도중 ‘윤석열 호’ 검찰이 고려대 인재발굴처, 서울대 환경대학원 등 전국 30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는 검찰의 행보를 ‘개혁에 대한 저항’과 ‘과도한 수사’로 보는 시각이 번졌다.

주말 및 공휴일마다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는 조국 전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보수단체의 시위가 계속됐고,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동 일대에서는 검찰개혁과 조국 수호를 외치는 진보세력의 집회가 벌어졌다. 장관 후보자 지명 후 66일 만에 조 전 장관이 자진 사퇴했지만 둘로 나뉜 한국 사회는 봉합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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