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 금값 수퍼사이클 진입, 10년 넘게 오를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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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긴축 시대, 주식·채권·금 전문가 3인의 투자 가이드

최근 ‘킹달러’의 힘이 빠지고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면서 긴축의 시대가 조만간 끝날 것이란 기대감에 자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예금의 전성기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지난해 연 5%를 넘어섰던 4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올 1월 3%대로 뚝 떨어지면서 신규 가입액도 반토막이 났다. 반면 새해 들어 주식시장 ‘토끼랠리’에 빚투(빚내서 투자)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개인이 증권사로부터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월 초 15조원대에서 1월 말에는 16조원을 넘어섰다. 금리 인상의 마무리 국면에서 불황에 강한 채권과 금의 인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조82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83억)과 비교해 무려 9배 가까이 증가했다. 달러가 힘을 잃으면서 금값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긴축의 시대가 저물어감에 따라 예금 위주였던 고금리시대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중앙SUNDAY는 긴축의 마무리 국면에서 주식·채권·금 전문가를 통해 2023년 흐름과 투자전략을 짚어봤다.

조규원 금 투자전문가.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한 ‘금의 시대’를 주목했다. 박종근 기자

“금의 수퍼사이클이 시작됐다. 길게는 10년 넘게 장기 상승할 수 있다.”

조규원 금투자 전문가는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에서는 역사상 가장 빛나는 자산이 금(金)이었다”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접어들면서 금의 거대 상승장이 시작되는 시그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금거래소에서 금투자 교육을 담당했던 국내에서 드문 금투자 전문가로 지난해 8월 『골드 플레이션』이라는 책을 통해 눈부신 금값 랠리를 예견했다. 실제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지난해 9월 온스당 1600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상승 전환해 금빛 질주 중이다. 온스당 2000달러 시대가 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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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금 투자해도 될까.

“대세 상승장의 초입부이므로, 금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있다. 금의 매수 타이밍을 알 수 있는 RSI(상대강도지수)는 2월 1일 기준 70.4(금 선물 4월물)를 기록했다. RSI는 70 이상이면 과매수, 30 이하면 과매도 가능성이 크다. RSI가 30 수준으로 떨어질 때 단기 저점으로 보고 매수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금값 랠리의 근거는 무엇인가.

“역사상 금값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실질금리의 하락이었다.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추세면, 예·적금이나 화폐를 보유할수록 자산의 가치는 줄어들게 된다. 금 등의 실물자산으로 돈이 옮겨가게 된다. 최근 3개월간 미국 국채 1년물 금리는 4%대 중후반을 오르내리는데, 지난해 11~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6~7%선에 있었다. 실질금리는 한번 마이너스로 전환되면 10년 정도 지속되는 추세성이 있다. 금의 수요와 공급 상황도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을 중심으로 ’탈달러‘ 현상이 가시화되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석유를 금으로 거래하고 있고, 금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금 수출을 막고 금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금값 어디까지 오를까.

“금값의 상승폭은 실질금리 하락폭과 관련이 깊다. 실질금리가 -5~-6%까지 떨어졌던 1970년대 금값은 26배나 상승했다. -3%까지 떨어진 2000년대에는 6배가량 상승했다. 과거 추세와 공급량 감소 등에 견줘 보면 온스당 3만 달러 시대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금에 투자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KRX금시장을 이용해 주식처럼 금을 1g 단위로 거래하는 것이다.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하는 은행의 골드뱅킹과 달리 비과세 혜택이 있다. 금 실물로 보유하는 것도 좋다. 금값 폭등기는 화폐 가격이 폭락하는 위기 상황일 수 있다.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지만, 국가는 국가적 위기 때엔 달러와 금의 인출을 막을 권리가 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