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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5시간 미만 ‘쪼개기 알바’ 158만명 최대…주휴수당·퇴직금·유급휴가 없어 고용주 선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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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호 15면

초단시간 고용 확산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상점에 붙어있는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지난해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는 157만7000명으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상점에 붙어있는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지난해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는 157만7000명으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연합뉴스]

“주2일 카페 마감 구합니다. 화요일 또는 목요일 오후 3~10시, 금요일 오후 3시~10시 30분 근무가능하신 분 찾습니다.”

지난 22일 아르바이트 앱에 올라온 서울 종로구 한 카페의 공고 내용이다. 시급은 9620원으로 최저시급이다. 근무 시간은 일주일에 14.5시간으로 주 15시간 미만 일할 사람을 찾고 있다.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공고로 채용돼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매년 최고치를 갱신하며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근로시간이 1~14시간인 취업자는 157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6만5000명 늘었다. 전체 취업자 2808만9000명 중 5.6%에 달한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가장 높은 비중이다. 증가 속도도 매섭다. 2003년 49만3000명에서 2017년 96만명으로 50만명이 늘어나기까지는 14년이 걸렸지만, 이후 4년 만인 2021년에 150만명을 넘어섰다.

근로시간을 주15시간 미만으로 나눠 고용하는 이유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에 따라 우리나라는 근로자에게 주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한다. 유급휴일이란 임금지급이 보장되는 휴일로, 근로 제공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인 근로를 한 것으로 간주해 임금이 지급된다. 이 임금이 바로 ‘주휴수당’이다. 주5일 하루 8시간 근로자라면 휴일 중 하루는 8시간 근무한 것으로 보고 임금을 지급한다. 최저시급을 받는 경우 일한 시간에 대한 임금 167만3880원에 주휴수당 33만6700원이 더해진 201만580원이 월급인 셈이다.

그런데 주15시간 미만 근로자에게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퇴직금, 유급 연차휴가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비용 절감을 위한 ‘쪼개기 알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9년째 20평 규모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51)씨는 지난 1월 직원 3명을 내보냈다. 더 이상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내린 결정이었다. 이씨는 “원래는 괜찮은 직원을 뽑고 싶어 주휴수당은 물론 최저시급 이상으로 직원을 고용했지만 다시 직원을 뽑는다면 인건비 절감을 위해 근무시간을 주15시간 미만으로 나눠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식당·카페 등 음식점뿐만 아니라 간호사, 사무직, 아이돌보미, 환경 미화, 공공 노인 일자리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초단기간 근로자 고용이 확산하고 있다. 물론 초단시간 근로를 선호하는 사례도 있지만 근로자에게도 달갑지만은 않은 현상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여러 곳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공부와 병행할 수 있는 평일 오전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는데 요일별로 나눠서 뽑는 곳이 많아 두 곳에서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주휴수당을 포함한 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발표하며 관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통상임금, 평균임금, 주휴수당, 최저임금 등 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주휴수당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및 임금 산정을 복잡하게 하고,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계약을 유인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연구회의 권고문을 최대한 존중해 노동시장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계는 주휴수당에 대해 회의적이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주휴수당으로 사용자는 쪼개기로 고용하고, 저임금 근로자들은 여러 곳에서 일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휴수당을 폐지하되 저임금 근로자들의 급여가 줄어들지 않도록 기업 규모에 따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주휴수당 지급 여부를 노사 자율로 정하자”는 입장이다.

노동계에서 조차 현재 수준의 임금을 보존하는 전제로 주휴수당 폐지를 거론하고 있다. 2021년 발표된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논문에서 정석은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근로감독관은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근로자의 휴일보장에 필요한 금액은 최저임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금 삭감이 우려된다면 ‘주휴수당 폐지로 임금을 삭감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휴수당 폐지를 위해 모든 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주휴수당은 임금 체계를 불투명하게 하고 통상임금을 낮추는 영향이 있어 없어져야 한다”며 “주15시간 미만 근로자에게도 주휴수당을 지급하면 사실상 주휴수당이 기본급화돼 추후 주휴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고 폐지할 때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사 협의로 정하면 노조가 없는 회사 직원들은 임금이 줄어들 수 있고, 최저임금을 높이는 방안은 최저임금 구간에 있는 노동자만 고려한 방안인데다, 임금 하향 없이 폐지하는 방안은 사용자에게 시급을 올리라고 강제하는 것이라 쉽지 않다”면서 “5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으로 제도를 정비할 방안을 고려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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