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높으면 콩팥에 치명적, 환자 10명 중 6명 투석 치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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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호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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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고혈압 등으로 콩팥(신장)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말기 콩팥병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혈당·혈압이 높은 채로 지내면 콩팥을 이루는 사구체의 미세 혈관이 망가진다. 콩팥의 여과 기능이 약해지면서 체내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속도가 느려진다. 콩팥은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비가역적 손상으로 되살리기 어렵다. 결국 인위적으로 체내 노폐물을 걸러주는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받아야 하는 투석을 거르면 순식간에 전신 상태가 나빠져 생명이 위독해진다. 암보다 콩팥병이 무서운 이유다. 콩팥이 보내는 위험 신호와 예방·관리법을 살펴봤다.

콩팥은 가느다란 모세혈관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어 노폐물을 걸러주는 사구체로 이뤄졌다. 우리 몸에서 단위면적당 혈액이 가장 많이 공급되는 장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심장·간·폐 등 다른 장기에 비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콩팥은 심장과 운명 공동체다. 온몸으로 혈액을 뿜는 심장과 노폐물을 걸러주는 콩팥은 하는 일은 다르지만 혈액 순환이라는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뿐만 아니라 콩팥 기능도 약해지는 배경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김성균 교수는 “만성 질환으로 혈압·혈당만 관리하다가 소변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콩팥 문제가 심각해진 다음에야 뒤늦게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변, 흑갈색·커피색처럼 짙으면 문제

콩팥 사구체의 여과 기능이 약해지는 만성콩팥병의 원인은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질환, 요로감염,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하다. 최근 의료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콩팥 손상 속도가 빠른 ‘당뇨병성 콩팥병’이다. 고혈당으로 끈적한 혈액은 콩팥 사구체를 이루는 미세혈관에 치명적이다. 투석 치료가 필요한 국내 말기 콩팥병 환자의 원인 질병 1위도 당뇨병이다.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연평균 사구체 여과율 수치가 2배가량 빠르게 나빠진다는 연구도 있다. 서울보라매병원 신장내과 임춘수(대한신장학회 이사장) 교수는 “고령화·비만 등으로 당뇨병 인구가 늘면서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만성 콩팥병의 국가 관리시스템이 미흡한 상태에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당뇨병성 콩팥병은 예견된 재앙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콩팥병 증가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국가다. 특히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의 10년 콩팥 생존율은 40%에 불과하다.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 10명 중 6명은 10년 이내 투석 등 신대체 치료를 받는다는 의미다. 경제적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이창화 교수는 “콩팥이 나빠지면 부족한 콩팥 기능을 의학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치료가 추가되면서 치료비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콩팥 기능이 남아있을 땐 연간 진료비가 1인당 10만원 수준이지만 투석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악화하면 3000만원으로 폭증한다.

코로나19처럼 신종 감염병으로 의료 체계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치명적이다. 정기적으로 병원 투석 치료가 필요한데 병상 부족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 실제 코로나19 투석 특화 병원에 환자가 밀려들자 대한신장학회 소속 의료진이 24시간 돌아가며 진료를 지원하기도 했다. 남아있는 콩팥 기능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콩팥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재생이 힘들다.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 일 년에 한 번씩 소변(단백뇨)·혈액(크레아티닌) 검사 등으로 콩팥 상태를 점검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문주영 교수는 “부종, 무기력증 같은 증상만으로 콩팥 기능 저하를 의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콩팥의 사구체 여과율이 분당 60mL 이하인 상태가 12주 이상 지속한다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때가 자신의 콩팥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지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콩팥 기능만 간당간당하게 유지하는 만성 콩팥병 4단계로 진행한다. 사실상 콩팥 회복이 어려워 투석, 신장이식 등을 준비해야 한다. 콩팥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신대체 치료다. 콩팥병 진행 속도를 늦춰 말기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다. 이미 콩팥 손상이 진행된 상태에서 투석 치료를 안 한다고 버텨봤자 체내 요독이 쌓이면서 콩팥의 부담만 커질 뿐이다.

매일 마주하는 소변으로 콩팥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좋다. 건강한 사람의 소변은 맥주를 물에 탄 것처럼 약간 노란 빛을 띠면서 맑고 투명하다. 소변의 색은 체내 수분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물을 많이 마시면 색이 옅어지고, 땀을 흘리거나 수분이 부족하면 소변이 농축돼 노란빛이 짙어진다. 이 정도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

다만 소변의 색이 평소와 확연히 다르다면 혈뇨일 수 있어 주의한다. 콩팥의 사구체→요관→방광→요도를 거치는 과정에서 소변에 혈액이 섞여 색이 변한 것이다. 소변에 혈액이 섞이면 색이 옅은 분홍빛으로 변한다. 간혹 김빠진 콜라처럼 흑갈색이나 커피색 등으로 보이기도 한다. 색이 붉을수록 바깥쪽인 방광·요도 이상을, 흑갈색·커피색으로 짙다면 더 내부에 위치한 콩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소변의 색 이상이 일주일 정도 지속한다면 병·의원에 들러 검진을 받아야 한다.

소염진통제 복용하면 콩팥에 부담 줘

소변에 거품이 생겼을 때도 신경 써야 한다. 소변에 단백질이 많으면 색은 노랗지만 거품이 심하게 난다. 바로 단백뇨다. 콩팥 사구체에서 걸러져야 할 단백질이 너무 많이 빠져나와 보글보글한 잔거품이 많이 생긴다. 특히 양변기 물을 내려도 거품이 잘 없어지지 않고 변기 벽에 남는다. 거품뇨가 심하다면 콩팥이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소변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싶다면 약국 등에서 소변 검사 스틱을 구입해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소변 컵에 검사지를 충분히 적신 후 밝은 곳에서 색 변화를 살핀다.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은 미세 혈뇨(잠혈)까지 잡아낼 수 있다. 다만 한두 번 비정상 결과가 나오더라도 특정 질병으로 확진하기 어려워 판독에 주의한다. 병·의원을 찾아 상태에 맞는 정밀 검사를 추가로 받는다.

진통제 복용도 주의한다. 은평성모병원 신장내과 최범순 교수는 “진통제는 콩팥과 상극”이라고 말했다. 콩팥 기능이 약한 사람이 갑자기 상태가 악화했을 땐 이부프로펜·나프록센·케토프로펜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콩팥 혈관을 수축시켜 혈역학적 불균형을 유발해 콩팥에 부담을 준다. 콩팥 손상이 없는 20대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복용으로 순식간에 콩팥 기능이 나빠졌다는 연구도 있다. 콩팥을 챙기면서 안전하게 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5일 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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