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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외교적 도발"…헝가리, 동성애자 美대사에 선넘는 모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헝가리 주재 미국 대사가 성(性)적 정체성 때문에 헝가리의 친정부 매체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헝가리는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장기 집권 중이다.

데이비드 프레스먼 주 헝가리 미국 대사. [헝가리주재 미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데이비드 프레스먼 주 헝가리 미국 대사. [헝가리주재 미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업무를 시작한 데이비드 프레스먼 미국 대사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헝가리의 보수파들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출생인 프레스먼 대사는 브라운대를 졸업한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오바마 정부 때 국토안보부 차관보와 유엔 특별대사,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쟁범죄 대응 팀장을 지냈다. 배우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등과 국제원조·인권 단체를 설립할 정도로 인맥도 넓다.

하지만 헝가리의 친정부 뉴스포털인 '페스티스라콕'은 프레스먼 대사를 '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권리향상 전문가'로 규정하고, 그를 헝가리 대사로 임명한 건 미국의 외교적 도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정부 TV의 한 출연자는 프레스먼 대사에 대해 '마담(여사)'라는 호칭을 붙이면서 모욕하기도 했다.

프레스먼 대사 부임 전부터 부다페스트 미국 대사관 인근 다뉴브 강에는 '당신들 죽음의 문화로 헝가리에 테러하지 마라'는 문구와 해골 그림이 새겨진 검은 깃발을 단 고무보트가 띄워졌다.

미국 대사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친정부 매체들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2010년부터 집권 중인 오르반 총리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FP=연합뉴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FP=연합뉴스

보수적인 정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르반 총리는 "'사과'가 '배'라고 불러 달라고 하면 되겠냐"는 등의 동성애자 혐오성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오르반 총리의 지지층도 대체로 동성애에 대한 반감이 강하기 때문에 헝가리 사회에서는 성 소수자에 대한 탄압 분위기까지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스먼 대사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향한 공격엔 반박하지 않은 채 헝가리의 러시아 편들기를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 정치인을 (국제사회의) 제재로부터 보호하는 게 헝가리에 어떤 도움이 되냐"고 꼬집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유럽연합(EU)이 제재를 가할 때마다 제동을 건 오르반 총리를 겨냥한 것이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헝가리 내정에 간섭하는 건 대사의 임무가 아니다. 미국과의 협력 개선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위협하자, 프레스먼은 "러시아에 편드는 것은 헝가리의 정치 발전이 아니다"며 맞받아쳤다.

프레스먼 대사는 NYT에 "양국 관계에 지장을 주기 위해 헝가리에 부임한 것이 아니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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