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m 산속 카메라 있었다…1만명 당한 '온천 몰카'에 日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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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역의 노천 온천탕을 돌며 여성 이용객들을 불법 촬영한 일당이 붙잡혔다.

일본 효고현의 한 야외 온천.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중앙포토

지난 2일 요미우리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시즈오카현 경찰서는 SNS를 통해 ‘몰래카메라(몰카)’ 그룹을 만들어 활동해 온 조직원 16명을 1년여에 걸친 추적 끝에 검거했다. 체포된 이들 가운데에는 공무원, 의사, 기업 임원 등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 중 A씨(31·의사), B씨(20·무직), C씨(54·무직) 등 3명은 아동포르노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의 시작은 202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찰은 몰카 범죄집단의 우두머리격인 사이토가린(50)을 체포했다. 이후 1년 동안 일당 검거 작전을 전개, 11개 광역단체에서 총 16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그동안 전국 80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하드디스크, 컴퓨터 등 1200여점의 증거물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이토를 중심으로 모임을 가지며 불법 촬영 기술과 정보 등을 공유했다. 주로 노천 온천 지역을 찾아가 온천탕에서 수백m 떨어진 산속에 자리를 잡고 고성능 망원 카메라로 여성들을 찍는 식이었다.

이들은 또 목욕하는 여성을 찍는 담당, 여성들의 탈의 전후를 찍는 담당, 영상 자막을 입히는 담당 등 각자 역할을 나눠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알고 지내는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음란 행위를 하고 촬영을 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이렇게 촬영한 영상을 상업적 목적으로 판매하지 않고 조직 내 ‘상영회’라는 모임에서 공유해 왔다. 먼저 경찰에 붙잡혔던 사이토는 “20세 무렵부터 약 30년간 100개 이상 지역에서 1만명 이상의 여성을 촬영했다”며 “도촬을 통해 알게된 사람만 100명에 이른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16명 검거에서 그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조직적인 노천탕 몰카 사건에 일본 현지에서는 이를 예방하는 온천시설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 온천탕에서는 외벽에 LED 조명을 설치해 인근 산에서 노천탕을 찍으려 해도 역광으로 촬영을 막는다고 한다.

이 노천탕 운영자 사다이야스오(74)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먼 산에서 몰래 촬영한다고는 생각도 못 했으나, 이렇게 조치했으니 안심하고 노천탕을 즐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