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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먹기'로 유효기간 늘렸지만…한때 몸값 최고 화이자 대량 폐기 처지

중앙일보

입력

2021년 7월 5일 오후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21년 7월 5일 오후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최근 화이자사의 코로나19 단가 백신 유효기간이 6개월 연장됐지만 상당수는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단가 백신은 코로나19 초기 우한주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기존 백신으로, 현재 1ㆍ2차 접종에만 제한적으로 쓰인다. 그런데 이미 많은 국민이 기초 접종을 마무리한 만큼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다.

화이자 단가 백신 접종 7월 말까지 연장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보유 중인 화이자 단가 백신의 유효기간을 제조일로부터 12개월에서 18개월로 6개월 연장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를 반영해 지난달 말까지였던 단가 백신 접종 기간을 7월 말까지로 늘리겠다고 2일 밝혔다. 아직 기초접종(1ㆍ2차)을 받지 않은 12세 이상은 7월 31일까지 해당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단, 접종 간격이 8주인 점을 고려해 1차 접종 예약은 6월 5일까지 가능하다.

현재 남아있는 화이자사의 단가 백신 물량은 2일 기준 384만1000회분이다. 이 중 이미 해동 후 접종 기관에 남아있는 잔여량을 제외하고 물류센터에 냉동보관 중인 물량은 377만 회분이다. 이 물량은 1월 말 폐기 예정이었지만 유효 기간이 늘면서 일단 7월 말까지 사용될 수 있게 됐다.

기한 연장에도 대량 폐기 예정된 수순 

2021년 7월 5일 오후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시민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이 보관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21년 7월 5일 오후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시민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이 보관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다만 유효기간 연장 조치에도 대량 폐기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활용 필요성이 거의 없어져서다. 질병청에 따르면 실제 화이자 단가 백신을 활용한 일평균 접종 건수는 한참 접종이 이뤄지던 2021년 12월 4주 38만2187건이었는데 점차 줄어 2022년 6월 4주 9071건, 지난해 12월 4주 249건으로 뚝 떨어졌다. 이달만 해도 지난 1일에 134회분, 2일에 129회분 사용되는 데 그쳤다. 현재 이뤄지는 추가 접종은 2가 백신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단가 백신은 기초 접종용으로만 쓰이고 있기 때문에 사용이 매우 제한적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백신 접종자가 늘고 각국이 일상회복 기조에 접어든 데 따라 수요가 급감한 상태다.

이미 폐기된 물량도 500만 회분을 넘어섰다. 당국에 따르면 2일 기준 도입 완료된 화이자 단가 백신은 소아용 및 영유아용 백신을 포함해 총 8758만 회분이다. 이 중 폐기량은 509만2000회분이다. 1회분당 약 2만5000원 정도에 백신을 구매한 걸 고려하면 폐기 물량은 12273억원 어치에 달하는 규모다. 현재 유효 기간을 6개월 늘려둔 377만 회분까지 추가로 폐기된다면 942억원 정도의 손해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어쩔 수 없는 기회비용”

이런 상황에 대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이라고 평가했다. 엄 교수는 “돌이켜보면 백신 도입 초기 우리 사회가 백신 공급과 수급 과정에서 지나치게 몰아붙인 경향이 있다. 공무원 입장에선 백신이 부족했다가는 난리가 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었고 폐기를 하는 한이 있어도 최대한 모아보자는 전략을 세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수천억 원을 폐기한다고 비판한다면 앞으로 이런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라며 “좀 더 정교하게 백신 수급 전략을 세우자는 반성 정도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잔여 백신 사용처에 대해 엄 교수는 “제일 가능성이 있는 건 백신 수급이 잘 안 되는 나라에 주는 것이지만 이는 정치적 결정 사항”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우선 해당 물량을 미 접종자의 기초접종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접종 수요를 고려해 추가적인 백신 도입 계획은 없으며 향후 이뤄질 기초 접종은 2가 백신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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