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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조민 장학금, 조국에 준 셈"이라며…뇌물은 무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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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 마성영)는 3일 “대학교수 지위에 있으면서도 수년간 자녀 입시비리 범행을 반복해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조 전 장관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킨 것과 관련해선 “민정수석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고 정치권 청탁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아들·딸 입시비리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봤다. 아들이 한영외고에 다닐 땐 가짜 인턴십 증명서를 제출해 학교에 출석한 걸로 인정받게 했고, 고려대·연세대 대학원에 지원할 땐 가짜 인턴십증명서와 장학증명서를 냈다는 것이다. 다만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낸 가짜 활동확인서에 대해선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꾸민 것이고 조 전 장관이 가담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3일 1심 선고가 끝난 뒤 법원을 떠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3일 1심 선고가 끝난 뒤 법원을 떠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딸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진학을 위해선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 인턴 확인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등의 서류들을 꾸며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딸의 자기소개서 초안을 작성하고, 딸과 부인이 최종안을 저장하는 등 문서를 공동으로 생성했다”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의 딸은 부산대 의전원에 진학했지만 지난해 부산대가 입학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딸이 부산대 의전원에 다니며 받은 장학금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뇌물’은 아니지만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봤다. 앞서 검찰은 “성적 우수자도, 가계 곤란자도 아닌 조 전 장관의 딸이 정상적으로는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민정수석 직무와 관련해 딸 장학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뇌물로 받았다”고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딸을 통해 장학금 명목으로 돈을 준 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민정수석 직무와 관련한 청탁 대가로 인식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직무관련성·대가성을 따지지 않는 청탁금지법 위반 부분은 유죄로 봤다. “조 전 장관이 생활비를 부담하는 딸에게 장학금을 준 건 사실상 조 전 장관에게 준 것과 같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재판 초기 상당 시간을 할애해 다뤘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특별감찰반 관계자들을 공공감사담당자 같은 실무 담당자로만 볼 것인지, 수사권도 있는 사법경찰관과 같은 지위로 볼 것인지가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이었고, 재판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으나 사법경찰관으로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특별감찰반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남용해 특별감찰반 관계자들의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과 관련한 감찰을 중단시켜 특별감찰반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봤다. 다만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에게까지 ‘유 전 부시장을 징계나 감찰 없이 단순 인사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단 혐의는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은 재판부가 판결 이유를 읽는 30여분 간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가끔 고개를 젖혀 천장을 보거나 뭔가를 적기도 했다. 옆 자리엔 휠체어에 앉은 정 전 교수가 재판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 전 교수는 이날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정 전 교수는 딸 입시비리 등으로 먼저 기소돼 지난해 징역 4년이 확정됐는데, 아들 입시비리 등으로 추가 기소돼 조 전 장관과 함께 또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법정 밖에선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각각 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이날 법정 밖에선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각각 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건물 밖에서 기다리던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은 그가 나오자 “조국은 잘못 없다”“조국은 무죄다”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 전 장관은 취재진에게 “뇌물 혐의 등 8~9개 정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점에 대해서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유죄 부분에 대해선 항소해 무죄를 다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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