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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마땅찮은 전장연...지하철 탑승시위는 13일까지 중단

중앙일보

입력

전장연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열린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선전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전장연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열린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선전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3일까지 지하철 탑승시위를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열린 ‘제275일차 선전전’에서 “약자의 눈(국회의원 연구모임)과 시민·사회단체가 이동권 문제의 사회적 대화와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테니 지하철 탑승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약자의 눈 모임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강득구·최혜영 의원 등이 소속돼 활동 중이다.

전장연, 시민들에 연대 호소 

전장연은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연대해줄 것을 호소했다. 박 대표는 “이 문제(장애인 권리보장)는 시민들이 풀어야 한다. 책임 있는 기획재정부와 서울시에 요구해달라”며 “(기재부 등이 요구를 들어줄지) 13일까지 기다리겠다. 시민사회와 각계각층, 노동조합, 종교계와 함께 풀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장연은 이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도 “이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권을 누릴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나서 주십시오”라고 썼다. 전장연 예고대로 라면, 탑승시위 재개여부는 13일 오후나 14일 오전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열린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선전전' 모습. 뉴스1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열린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선전전' 모습. 뉴스1

"증액예산 중 0.8%만 반영됐다"는 전장연 

기재부가 전장연의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받아줄지는 확실치 않다. 전장연은 지난해 장애인 이동·노동권 보장, 활동지원, 탈시설 등을 위해 1조3044억원의 정부 예산 증액을 요구해왔으나 예산 심의 과정에서 기재부가 난색을 표했고, 결국 107억원(0.8%) 정도만 반영된 상태다.

기재부는 이미 올해년도 장애인 지원사업 예산 몫으로 5조8000억원을 편성한 상태였다. 발달장애인 24시간 긴급돌봄 사업을 새로 넣고, 장애수당 50% 인상(월 4만→6만원), 장애인 연금 기초급여액 인상(30만8000원→32만2000원) 등을 담았다.

더욱이 현재 경제가 비상상황이다. 더 시급한 쪽에 예산이 먼저 투입될 수 있단 의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물가동향 및 여건 점검 등 현안 관련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물가동향 및 여건 점검 등 현안 관련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흔들리는 전장연 협상카드 

전장연 입장에선 현재 마땅한 협상 카드도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지하철 탑승시위 방식 자체가 여러 시민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장연 지하철 시위로 인한 불편 등을 호소하는 민원이 최근 2년 사이 9000건 가까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달 19일 성명에서 “전장연 집회에 대해 56%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이 주장하는 이동권 문제는 개선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는 337개 역 중 319곳(94.7%)에 설치돼 있다. 내년까지 설치율 100%를 채우겠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교통약자들이 타고 내리기 편한 저상버스 보급률은 현재 70.5% 수준이나 2025년까지 100%로 늘릴 계획이다. 이밖에 서울시 내 장애인콜택시는 현재 662대 운영 중인데 법정대수 대비 120%(2025년 151% 목표)에 해당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 강동구 장애인 거주시설인 '우성원'을 찾아 세탁 작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 강동구 장애인 거주시설인 '우성원'을 찾아 세탁 작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탈시설은 여러 논란이 있다. 원래 탈시설 취지는 장애인의 주거결정권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과거 시설 내 장애인 학대사건이 잇따르면서 탈시설에 힘이 실렸다. 이후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까지 나왔다. 2041년까지 지금과 같은 장애인 거주시설을 사라지게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중증 발달장애아를 둔 보호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 예로 키 180㎝에 3세 정도의 지능을 가진 성인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특히 시설에서 돌보고 있는 중증 발달장애인 중엔 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 결과, 점수가 낮은 이들도 수두룩하다. 해당 검사는 시계·볼펜과 같은 사물의 이름을 댈 수 있는지, ‘100-7=?’ 수준의 계산 등이 가능한지 알아본다. 탈시설 반대쪽에서 “탈시설이 오히려 장애인 인권을 더 침해받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장애인 복지시설을 잇달아 찾아 장애인 부모로부터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오 시장은 “시설을 계속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오 시장은 2일 오후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대표, 김광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김락환 한국교통장애인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현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탈시설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전임 박원순 시장 때 추진된 서울시의 탈시설 5개년 계획의 전면 재검토까지 요청했다.

김광환 회장도 “유엔(UN) 권리협약에서 보장하는 장애인의 주거형태 선택 자유는 전장연이 주장하는 탈시설과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며 “(탈 시설 확대는) 오히려 장애인이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박탈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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