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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한 지 얼마 안됐는데...젊은 세대에 번아웃이 많은 이유[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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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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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의 종말

조나단 말레식 지음
송섬별 옮김
메디치미디어

이 책의 저자는 미국 대학의 신학교수였다. 괜찮은 보수에 종신고용까지 보장된 일자리였지만, 그만뒀다. 번아웃(burnout), 말 그대로 다 타버린 듯 심신이 지친 상태가 되버린 탓이다.

저자는 번아웃이 발생하는 상황을 일에 대한 이상과 현실이라는 두 죽마에 올라타 균형을 잡는 것에 비유한다. 각 죽마의 높이도 작용하지만 무엇보다 둘의 괴리에서 번아웃이 시작한다는 얘기다. 일에 대한 의욕과 기대가 한껏 충만한 젊은 세대가 번아웃을 많이 겪는 이유와도 통한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구체적 경험과 함께 여러 연구를 섭렵한 결과물이다. 번아웃의 대표적 양상인 소진·냉소·무력감이 사람마다 다르게 결합해 나타난다는 것을 비롯해 아직까지 그 의미가 명확하게 통용되지 않는 번아웃에 대해 전반적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번아웃도 자폐처럼 스펙트럼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일을 둘러싼 환경으로 시야를 넓힌다. 책에 따르면 크리스티나 마슬라흐와 허버트 프뤼덴버그, 미국의 두 심리학자가 번아웃에 대한 선구적 연구결과를 제각각 내놓은 1970년대는 미국에서 생산성 향상이 더이상 실질 임금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게 된 시기이기도 했다. 저자는 고용을 부채로 보는 관점이 대두하며 기간제 고용 등 이른바 '균열 일터'가 늘어난 것, 제조업 대신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면서 일의 정서적·감정적 측면이 커진 것 등 지난 50년간 노동환경과 경영전략의 변화까지 중요하게 짚는다.

무엇보다 저자는 일에 대한 오랜 믿음, 즉 일이 우리를 존엄하게 만들어주고, 인격을 함양하고, 우리에게 삶의 목적을 부여한다는 믿음에 반기를 든다. 이 믿음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결국 소진될 때까지 일하다 번아웃을 부르는 배경이 된다는 시각이다.

저자는 19세기 말 교황 레오 8세의 칙령 등도 소개하며 인간이 일을 통해, 특히 유급노동을 통해 존엄성을 증명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존엄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번아웃을 끝장낼 수는 없어도, 그 고통을 누그러뜨릴 실마리를 헤아리게 하는 책이다. 원제 The End of Burn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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