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알람 대신 다른걸 울렸다...韓 짝짓기 예능 첫 女女커플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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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에 관계없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룰을 내건 웨이브 연애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은 공개 초반만 해도 뚜렷한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후반부에 두 여성 출연자(자스민-백장미) 간 러브라인이 형성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사진 웨이브 유튜브 캡처

'성별에 관계없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룰을 내건 웨이브 연애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은 공개 초반만 해도 뚜렷한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후반부에 두 여성 출연자(자스민-백장미) 간 러브라인이 형성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사진 웨이브 유튜브 캡처

 '성별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수많은 연애 리얼리티 예능의 범람 속에, 이런 단순한 규칙을 내세운 덕분에 ‘흥한’ 프로그램이 있다. 웨이브가 지난해 12월 9일부터 공개한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이하 ‘좋아하면 울리는’)이 그 주인공이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웨이브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연애 리얼리티로, 천계영 작가가 카카오웹툰에서 2014~2022년 연재한 웹툰을 기반으로 한다. 원작 웹툰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있으면 알람을 울려준다’는 일명 ‘좋알람’ 앱이 등장하는데, 예능은 이 앱을 실제로 구현해 짝짓기 게임에 녹여냈다.

8명의 남녀가 합숙하면서 앱을 활용해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상대를 추측하고, 최대한 많은 좋알람을 받기 위해 심리전을 벌이는 식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은 천계영 작가의 웹툰 '좋아하면 알리는' 속 좋알람 앱을 현실에서 구현한 짝짓기 예능이다. 사진 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은 천계영 작가의 웹툰 '좋아하면 알리는' 속 좋알람 앱을 현실에서 구현한 짝짓기 예능이다. 사진 웨이브

앱의 존재를 제외하고는 기존 연애 리얼리티와 큰 차별점이 없던 이 예능이 ‘역주행’ 흥행을 하게 된 시점은 자스민(가명)이라는 여성 출연자가 또 다른 여성 출연자(백장미)를 향해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자스민은 초중반까지 남성 출연자들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것으로 묘사됐지만, 실은 처음부터 백장미에 끌렸다는 ‘반전’이 후반부(9~10화)에 들어서야 공개됐다.

이같은 반전이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9~10화 공개 직후 전주 대비 5배 넘는 신규 유료가입자 견인 수치를 보이는 등 프로그램에 대한 뒤늦은 관심이 이어졌다. ‘좋아하면 울리는’을 보기 위해 웨이브 이용권을 결제한 가입자 수가 그만큼 급증했다는 의미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한 1월 4주차 ‘TV-OTT 통합 화제성’(비드라마 부문) 조사에서는 여타 TV 예능들을 제치고 ‘좋아하면 울리는’이 12위에 오르기도 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의 여성 출연자 자스민(왼쪽 아래)은 자신을 좋은 친구로 여기는 백장미(왼쪽 위)를 향한 마음을 용기 내 고백한다. 사진 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의 여성 출연자 자스민(왼쪽 아래)은 자신을 좋은 친구로 여기는 백장미(왼쪽 위)를 향한 마음을 용기 내 고백한다. 사진 웨이브

자스민-백장미의 서사가 화제가 된 건 단순히 이들이 한국 짝짓기 예능 최초의 여-여 러브라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일반인 동성애자가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는 지난해 웨이브가 공개한 ‘남의 연애’ ‘메리퀴어’ 등의 사례가 있었다. ‘남의 연애’는 남성들끼리 합숙하며 짝을 찾는 과정을 그렸고, ‘메리퀴어’는 레즈비언·게이·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형태의 성소수자 커플의 일상을 담아냈다.

처음부터 성소수자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이들 프로그램과 달리, ‘좋아하면 울리는’은 이성애·동성애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되레 실제 성소수자들의 현실을 명료하게 보여줬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불편해할까 혼자 끙끙 앓고, 주변의 시선 때문에 섣불리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등 성소수자가 사랑을 시작할 때 겪는 심리적 갈등을 오롯이 화면에 담아낸 것이다.

자스민이 용기를 내 백장미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감춰둔 진심을 표현하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울 텐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멋있다” “내가 본 사랑 중에 제일 진짜 사랑 같아서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등의 응원 댓글을 쏟아냈다. “이런 열린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K예능이 반갑다”는 취지의 해외 시청자들이 작성한 영어 댓글도 자주 눈에 띈다.

남녀가 함께 출연하는 짝짓기 예능 사상 처음으로 동성과도 매칭될 수 있다는 룰을 내건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에는 자스민뿐 아니라 구미호 등 동성에게도 마음이 열려있다는 참가자들이 다수 등장했다. 사진 웨이브

남녀가 함께 출연하는 짝짓기 예능 사상 처음으로 동성과도 매칭될 수 있다는 룰을 내건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에는 자스민뿐 아니라 구미호 등 동성에게도 마음이 열려있다는 참가자들이 다수 등장했다. 사진 웨이브

3일 공개된 마지막회(13회)에서 자스민이 고민 끝에 남성 출연자를 택하면서 두 여성이 최종 커플이 되지는 못했다. 자스민은 백장미에게 “내가 더 용기가 있었다면 좋알람을 너한테 울렸을 것 같다”며 초반부터 마음을 표현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좋아하면 울리는’이 남긴 사회적 의미는 그 크기가 결코 작지 않다. 이성애를 당연한 기준으로 삼지 않은 연애 리얼리티의 등장과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은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인정하는 요즘 세대의 열린 사고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까지 동성애는 드라마나 영화 등 픽션 콘텐트에서 주로 다뤄졌는데, 이제는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예능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라며 “이는 출연자들 뿐 아니라 제작진들도 이성애를 당연한 보편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변화”라고 짚었다.

이어 “여전히 사회적 벽이 높은 사랑에 도전하는 모습은 더 큰 울림과 재미를 줬다”며 “평소 동성애를 잘 받아들이지 않던 사람에게도 벽을 허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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