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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냐 화해냐, 미·중 패권경쟁 둘러싼 백가쟁명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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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미국과 소련이 세계 차원에서 벌인 첫 번째 냉전은 이름 그대로 전면전 없이 막을 내렸다. 한국, 베트남 등지에서 국지적 ‘대리전쟁’이 일어났지만 두 패권국의 승부를 가른 건 체제경쟁으로 인한 소련의 국력 소모와 체제 내부의 모순으로 인한 몰락이었다.

미국과 중국 간 두 번째 냉전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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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미국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도우며 미국 패권의 국제질서에 평화롭게 편입시키려 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전후해 중국은 여타 선진국들의 경제력을 추월하며 미국과 더불어 소위 G2 시대를 열었다. 거대해진 경제력을 앞세워 시진핑 정권은 자신들의 정치·사회체제를 고수하며 미국과 본격적으로 체제경쟁을 벌이려 하고 있다.

미래의 미·중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과연 냉전이 본격화될까. 그렇다면 미·중 전쟁을 피할 수 없는가. 아니면 경쟁 관계에서 다시 공생·협력 관계로 복원될까. 그 결말에 대해 전문가마다 다양한 이론과 논리를 들어 비관론과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최근 발간된 두 저작은 각기 다른 논리로 다른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 마이클 베클리 미국 터프츠대 교수와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문제연구소 교수가 함께 쓴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원제는 Danger Zone)』는 10년 안에 미·중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미·중 관계가 위험 구간(Danger Zone)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전개하는 논리는 강대국 간 세력전이(power transition)를 설명해온 기존 세력전이 이론과 차이가 있다. 오간스키와 길핀 등이 주장해온 세력전이론은 기존 패권국이 쇠퇴하고 후발 도전국이 발전하면서 도전국의 현상변경 시도와 패권국의 억제 시도가 충돌해 패권전쟁이 발생한다는 논리였다. 패권전쟁의 성격을 도전국으로의 패권 전이를 막기 위해 기존 패권국이 벌이는 일종의 예방전쟁(preventive war)으로 본 셈이다.

반면 베클리와 브랜즈는 미·중 패권전쟁이 벌어진다면 원인은 중국의 부상이 아닌 쇠락 때문일 것으로 봤다.

그 역사적 사례로 제1차 세계대전을 벌인 독일과 2차 대전 때의 일본을 들었다. 1871년 통일을 이룩한 독일은 후발 산업국이었지만 경제·군사 부문에서 비약적 성장을 이루며 여러 부문에서 영국·프랑스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명재상 비스마르크는 기존 강대국들의 대(對)독일 연합을 막는 노련한 외교술을 펼쳤다. 하지만 그의 후계자들은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고 영국·프랑스·러시아의 ‘삼국 협상’을 초래해 외교적으로 고립됐다. 세 강대국의 압박에다 노동자 파업, 사회주의의 대두 등으로 국내 사정마저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런 국내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독일이 전쟁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1904~1919년 동안 연평균 6.1%씩 성장했고 수출액은 1차 세계대전 기간 사이 3배로 불어났다. 그러나 1920년대 연평균 성장률은 1.8%로 하락했다. 1929년 터진 대공황으로 수출액은 급전직하했고 실업자가 양산됐으며 공산주의와 무정부주의가 확산했다. 대부분 자원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일본은 중국·동남아시아로 침략 전쟁에 나섰고, 이 지역에 식민지나 이권을 가진 미국·영국·소련 등 강대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절박한 상황 때문에 경제 규모가 자신의 12배에 달하던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는 논리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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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독일과 일본처럼 중국도 대내외 압박 강도가 더해가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는데 미국과 동맹국들의 무역 제재가 강화하고 있다. 2035년까지 경제활동인구는 7000만 명이 주는데, 노령인구는 1억3000만 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033년이면 80세가 되는 시진핑의 권력승계를 둘러싸고 정치적 급변 가능성도 존재한다. 저자는 “급속한 성장이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면, 침체는 성급한 팽창과 적대적 행동에 나설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며 “장기간 상승에 뒤이은 급격한 하락이 국제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양상의 사태로 전개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반면 최윤식 아시아 미래인재연구소장은 낙관적 견해를 보인다. 신간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 경제 시나리오』에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며 부상하는 러시아 때문에 미국이 중국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최강국이라도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 나라가 손잡으면 힘의 균형추는 중·러 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두 나라 중 하나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중국을 선택하는 게 더욱 유리하다고 미국이 판단하리라는 것이다.

일단 친중 성향 국가가 친러 국가보다 많다. 중국과 손잡음으로써 친중국 국가들과 호의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소비시장 규모도 중국이 러시아를 압도한다.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을 막는다면 그 시장은 고스란히 유럽 국가들 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중국과 대립하면 화교가 장악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 세계 금융위기 때처럼 미국 국채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새로 국채를 사줄 나라도 필요한데 중국을 대체할 국가가 마땅치 않다.

저자는 현재 미·중 군사 긴장의 주원인인 대만 문제가 양국 갈등 해소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을 미국이 인정해 주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무력 통일을 하지 못하도록 군사적 개입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과거처럼 다시 유지하기만 하면 차이메리카(미국·중국 의존관계)를 복원할 수 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조금만 뒤로 물러서면, 월가와 중국공산당이 ‘차이메리카 어게인(Chimerica again)’을 만들 수 있다”며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밀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다시 견지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만 무력통일에 대한 강경해진 입장을 거두어들일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이충형 차이나랩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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