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시대를 이끄는 국립대학 ②
대전 유성구와 대전 한밭대·충남대는 지난해 9월 ‘유성구 대학 청년기획단’을 꾸렸다. 여기에 유성구 직원과 학생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지역 국립대와 자치단체가 이런 조직을 만든 건 드문 일이었다. 이들은 3개월간 유성지역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다양한 정책을 제안했다.
"대전이 재미없는 도시라고?"
이들은 유성온천·노은역 주변 등 6곳을 공연 자유 구역으로 지정하자고 했다. 공연이 자주 열리면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될 거란 판단에서다. 대관 플랫폼 아이디어와 운영수칙을 만들고 유동 인구도 분석했다. 또 장애인 불법주차를 실시간으로 단속할 수 있는 인증장치도 제안했다.
지방소멸 막자...손 잡은 국립대·지자체
전국 국립대와 지자체가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지방소멸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선 힘을 모으는 게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소멸위험 지역은 2005년 33곳 시·군·구에서 2022년 113곳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전국 228곳 중 거의 절반(49.6%)에 해당한다.
국립대인 목포해양대는 지난해 11월 안양대·예수대 등 사립대 2곳 학생들과 9개 팀을 만들어 원도심 활성화 아이디어를 짜냈다. 주민등록상 인구 8000명이 되지 않는 목포시 목원동에는 지역 특산물인 세발낙지를 활용한 마스코트 제작과 기념품 가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이곳은 근대역사관 등 대표 관광지를 품고 있지만, 관광객을 머물게 할만한 마땅한 자원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목포해양대 국립대학육성사업단 임은희 주무관은 “각 팀이 1박 2일간 현장답사를 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문제점 찾아 해결방안 제시
강릉 원주대의 사다리(査多利) 프로젝트도 비슷하다. 사다리는 학생들이 지역사회 내 크고 작은 문제점을 조‘사’한 뒤 ‘다’각적인 협력으로 이를 풀어 ‘이’득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다. 원주대 학생들은 장애인 가족에 필요한 취업과 재활, 부모심리분야 등에 필요한 지원방안을 담은 홍보물을 제작해 장애인복지시설에 전달했다. 또 강릉 바우길 도보 여행자를 도우려 관광지 돗자리·책자를 만들었다.
대학이 가진 문화·교육 인프라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한국교원대는 캠퍼스 내 교육박물관에서 지난해 지역과 생태·환경을 주제로 한 특별기획전시를 열었다. 교육박물관은 주시경 선생의 문법서 『조선 말갈』, ‘일장기 개조 태극기’ 등 다양한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4500명 몰린 어린이날 행사
한국교원대는 ‘미호강 따라 동네 한 바퀴’란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아이들이 가로 12m, 세로 2.4m 크기의 대형 벽화제작에 참여하며 청주 지역 이해를 높였다. 또 멸종위기종 미호종개 등 하천 생태를 관찰했다. 지난해 물총놀이 등 풍성한 내용으로 차린 한국교원대 어린이날 행사엔 4500명이 찾았다.
목포해양대도 지난해 10월 목포항구축제 기간 중 실습선(4700t급)을 활용해 선박 VR이나 심폐소생술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경북대는 희망나눔꿈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의 바른 성장을 도우면서 교육 불균형 해소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학생 버스킹공연, 야외연극·마임공연 등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국립대학육성사업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지방 대학시대를 이끌기 위해선 지역과의 상생과 협력이 중요하다”며 “전국 모든 지역에 있는 국립대학은 육성사업을 통해 꾸준히 지역과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