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가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2파전으로 좁혀지면서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후보 캠프 관계자는 “매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캠프 분위기와 긴장도가 확 달라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100% 책임당원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론조사만으로는 당심(黨心)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중립 성향의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2일 통화에서 “여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실제 책임당원 표심은 온도 차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남, 중·장년층 책임당원 강세 여전
중앙일보가 입수한 2022년 12월 기준 국민의힘 책임당원 분포 자료 따르면 당원 78만 명 중 20·30대 당원 비율은 17.4%, 40대 15.4%, 50·60대 55.3%, 70대 이상 11.8%였다. 지역으로 따지면 수도권 당원이 36.1%, 영남 41.0%, 충청 15.4%, 강원 4.8%, 호남 1.5%, 제주 1.3%였다.
이 당원 비율을 행정안전부의 2022년 12월 기준 주민등록인구 통계와 비교하면 20·30대 비율은 8.0%포인트 낮지만, 50·60대는 24.2%포인트 더 높다. 수도권은 14.4%포인트 낮고, 영남은 22.7%포인트 높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수도권 및 20·30대 당원 비율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늘었다고 해도, 당락을 가를 키 포인트는 결국 영남 및 중·장년층 당원 표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행안부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세대·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하기 때문에 실제 책임당원 투표 결과와 차이가 날 것”이라며 “다만 전당대회 직전까지 책임당원 수가 실시간으로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안 의원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것을 두고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는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니라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金 소폭 상승, 安 소폭 하락…“승부 예측 어렵다”
중앙일보가 리얼미터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국민의힘 책임당원 세대·지역 비율을 각각 반영해보니, 실제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일정 부분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1월 25~26일 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 양자대결 따르면 김기현 48.0%, 안철수 40.8%로 지지율이 조사됐는데, 책임당원 세대 비율을 반영하면 김 의원은 50.6%로 2.6%포인트 상승했고, 안 의원은 39.0%로 1.8%포인트 하락했다. 책임당원 지역 비율을 반영했을 때는 김 의원이 1.8%포인트 상승한 49.8%, 안 의원은 2.2%포인트 하락한 38.6%였다.
일주일 뒤인 리얼미터의 1월 31일~2월 1일 조사에서는 김 의원이 전주보다 3.6%포인트 하락한 44.4%, 안 의원은 8.1%포인트 상승한 48.9%로 순위가 뒤집혔다. 여기에 책임당원 세대 비율을 반영해보니 김 의원 지지율은 1.3%포인트 상승한 45.7%, 안 의원은 0.3%포인트 하락한 48.6%로, 격차가 4.5%포인트에서 2.9%포인트로 소폭 줄었다. 책임당원 지역 비율을 반영했을 때는 김 의원이 0.8%포인트 오른 45.2%, 안 의원은 0.3%포인트 하락한 48.6%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세대·지역 비율 반영이 여론조사 순위를 뒤집을 정도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지만, 김 의원에게 약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결과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두 후보의 여론조사 박빙 구도가 계속되면 당원의 지역·세대 비율이 무시 못 할 막판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래 김 의원이 장년층이나 영남 당원 표심에서 좀 더 유리하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불출마 뒤 안 의원이 상승세를 탄 모양새”며 “결국 두 후보가 자신들의 지지 당원을 얼마나 투표로 이끄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