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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추경호의 힌트...'통계의혹 조사' 감사원이 주목한 그날

중앙일보

입력

2019년 11월 5일 당시 강신욱 통계청장이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당시 야당이던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은 강 전 청장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 5일 당시 강신욱 통계청장이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당시 야당이던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은 강 전 청장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통계 의혹을 조사 중인 감사원이 주목하는 두 날이 있다. 2019년 10월 29일과 11월 5일이다. 10월 29일엔 비정규직이 87만명 증가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가 발표됐다.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증가치로, 비정규직 축소를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강신욱 전 통계청장은 직접 언론 브리핑에 나서 “통계 조사 방식이 전년도와 달라져 지난해와 비정규직 증감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은 또,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추가 포착된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 규모는 35만명~50만명”이라고 했다. 통계 시계열이 단절돼, 87만명이란 수치는 착시에 가깝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주일 뒤인 2019년 11월 5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회의 속기론엔 강 전 청장의 주장과 다소 결이 다른 통계청 실무진의 답변이 기록돼있다. 감사원이 이날을 주목하는 이유다. 다음은 당시 야당인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유승민 전 의원과 통계청 실무자 A씨간의 질의응답 내용 중 일부.

“(통계) 단절입니까, 아닙니까.”(유 전 의원)
“제가 단절이다, 아니다 말씀드리기가...”(실무자 A)

당시 실무자 A씨는 유 전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도 비정규직 조사 결과가 전년 조사와 비교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지 않았다. 유 전 의원이 추가로 “단절도 아니고 단절이 아닌 것도 아닙니까?”라고 되묻자 “일부 항목에서 전년과 증감을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유보적 답변을 내놨다. 강 전 청장의 “전년과 비정규직 비교 불가”라는 주장보다 수위가 낮았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시절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통계와 관련해 여러 의혹을을 제기해왔다. 사진은 2018년 7월 기재위 전체회의에 참석했던 모습. 연합뉴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시절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통계와 관련해 여러 의혹을을 제기해왔다. 사진은 2018년 7월 기재위 전체회의에 참석했던 모습. 연합뉴스

당시 유 전 의원은 A씨가 “단절이라 확실히 답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 전 청장을 몰아세웠다. 같이 회의에 참석했던 추경호 현 경제부총리와 김광림·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도 “조사 방식 변경으로 87만명 급증은 불가능하다”고 공격했다. 강 전 청장은 “조사 방식 변경의 영향으로 35만명~50만명이 영향을 받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그 숫자 중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을 묻자 “그건 명백히 식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중 다수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통계청장이 통계에 기반하지 않고 본인의 추측만 얘기한다”고 질타했다.

감사원은 당시 국회 회의록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비정규직 통계 결과가 언론에 발표되는 과정에서 실무진과 강 전 청장 사이의 의견이 일부 엇갈린 정황을 파악해 조사 중이다. 실무진 사이에선 통계 결과를 “전년도와 비교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일부 항목에 대해 ‘비교 유의’ 정도로 기재해 보고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또한 조사 방식이 일부 변경되었을지라도 통계 결과가 실제 비교 불가 정도로 단절된 것이라 보기 어려웠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로 병행조사가 진행됐지만 비정규직 조사 관련 본 조사의 질문 내용은 전년과 똑같았다”며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그 파장을 우려했던 것은 아닐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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