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낯 뜨거운 ‘진윤’ 논란 대신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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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힘, 3·8 전당대회 앞두고 ‘윤심’ 경쟁 격화

‘진박 마케팅’으로 총선 망친 교훈 되새겨야

국민의힘 새 대표를 뽑기 위한 3·8 전당대회에선 벌써 낯뜨거운 양상이 속출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각을 세운 ‘반윤’ 유승민 전 의원과 대통령 눈 밖에 난 ‘멀윤’(멀어진 친윤) 나경원 전 의원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불출마한 가운데 전당대회는 ‘김기현 대 안철수’의 양강 구도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당과 나라를 이끌 정책과 비전 논의를 주도하기보다는 누가 더 대통령과 가깝냐를 따지는 ‘윤심’ 논쟁으로 날을 세우는 모양새다. 대통령과 만찬을 했거나 만찬에 초대받은 사실을 자랑하며 서로 “내가 친윤”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이제는 친윤도 모자라 ‘진윤(眞尹)’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에게 힘이 되는 ‘윤힘’이 되기 위해 전당대회에 나왔다”고 하자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안철수) 자신이 진윤이라 하는 건 가짜 상품으로 상표를 도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공개 비판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도 “진짜 윤심은 내게 있다”며 ‘진윤’을 자처하고 나섰다. ‘친박’을 넘어 ‘진박’(진짜 친박), ‘가박’(가짜 친박) 같은 갈라치기 용어가 기승을 부리던 2016년 20대 총선 직전 새누리당과 판박이 양상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안다고 자처했던 친박(親朴) 의원들은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를 공천 기준으로 삼는 ‘진박(眞朴) 마케팅’으로 당을 두 동강 냈다. 그 결과 직전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패배해 원내 2당으로 전락했다. 국민의힘이 ‘진박 마케팅’의 재판인 ‘진윤 마케팅’만으로 새 당 대표를 뽑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7년 전의 흑역사가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차기 대표는 집권 2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교육·노동·연금 개혁을 비롯한 국정 과제 실현을 떠받쳐야 할 막중한 여당의 책무를 안고 있다. 169석 의석을 업고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는 야당을 설득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럴 만한 능력과 인품 대신 대통령과의 친분만을 잣대로 소모적 경쟁을 이어간다면 당과 국민의 축제가 돼야 할 3·8 전당대회는 민심의 외면 속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것이다.

집권당은 당연히 대통령과 박자를 맞춰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의 ‘여의도 비서’가 돼서도 안 된다. 정부발 입법에 협력을 하되, 민심과 어긋나는 정책엔 제동을 걸어줘야 정권이 민심을 붙잡을 수 있다. 지금처럼 ‘윤심’이 누구 편이냐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퇴행적 당권 경쟁만을 통해 당 대표가 골라진다면 민심에 기반한 국정과 공정한 총선 공천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이 참으로 어렵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윤심’ 대신 ‘민심’만을 잣대로 삼고, 정책과 비전으로 큰 승부를 하는 것만이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