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과 자신감 주는 것이 바로 럭셔리 뷰티”...유리천장 깬 겔랑 글로벌 CEO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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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뷰티는 단순히 비싸고 품질 좋은 화장품이 아닙니다. 사용하는 사람에게 스타일과 자신감을 가져다주죠.”

지난 1월 20일 한국을 방문한 베로니크 쿠르투아 겔랑 글로벌 CEO의 말이다. 새해가 되자마자 한국의 매장과 스태프를 만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인터뷰 내내 겔랑의 이야기와 자신의 비전에 대해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했다. 그의 몸짓과 표정에선 브랜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또 얼마나 열정적으로 이를 운영하고 있는지 열정과 자신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프랑스 뷰티 브랜드 겔랑을 이끄는 베로니크 쿠르투아 글로벌 CEO. 사진 겔랑

프랑스 뷰티 브랜드 겔랑을 이끄는 베로니크 쿠르투아 글로벌 CEO. 사진 겔랑


남성 중심의 프랑스 향수업계, 유리천장을 깨다  
쿠르투아 CEO는 유럽 뷰티 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전통적으로 ‘향수는 남성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여겨졌던 프랑스 향수 업계에서 유리천장을 깼다. 19세란 어린 나이에 뷰티 업계에 입문해 평생을 향수와 화장품을 만들고 키우며 살았다. 1990년대 ‘장 폴 골티에’ ‘이세이 미야케’ 같은 향수의 론칭을 시작으로 겔랑, 디올 오트 쿠튀르, 크리스찬 디올 뷰티 등 굴지의 화장품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9년 브랜드를 총괄하는 CEO로 다시 겔랑에 돌아왔다.

-미디어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유가 있나
“개인적인 인터뷰를 자제했다. 내가 아니라 ‘브랜드’가 스타라고 생각해서다. 이번 인터뷰는 한국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고 있고, 또 존중하기 때문에 하고 싶었다. 이번에 주요 상품인 오키드 임페리얼을 대표하는 새로운 얼굴(모델)도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의 아내이기도 하다”

-여성을 찾기 힘든 유럽 향수 업계에서 독보적인 커리어를 이어 왔다. 어떻게 커리어를 시작했나.  
“나는 프랑스 브레스트 지역 출신이다. 어린 시절 등굣길에 향수 매장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을 지날 때마다 늘 아름다운 향에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14세쯤이라고 기억하는데, 그때 이미 향수와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결심했다.”

-당신의 커리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두 명의 멘토가 있다. 한 명은 내 나이 20대 초반부터 10여 년 동안 함께 일한 향수 업계의 전설 샹탈 루스다. 1990년대 뷰티 업계의 여성 임원은 그와 베라 스트루비 단 두 명뿐이었다. 루스는 향수에 대한 탁월한 지식뿐 아니라 열정과 자신감을 줬다. 내가 지금 행하고 있는 사랑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은 그가 없었다면 실천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또 다른 사람은 여전히 나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회장이다. 처음 LVMH에 입사했을 때 거의 매주 그를 만났는데, 그때마다 아르노 회장은 나에게 자신의 비전에 관해 이야기하고 나와 공유했다. 그가 보여준 브랜드와 제품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배울 만한 것이었다. 또 비전을 가지는 것과 이를 실제로 산업에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배웠다.”

-겔랑은 오랜 역사 속에서 고급 화장품을 만들어 왔다. 럭셔리 뷰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좋은 품질은 기본이고, 스타일과 자신감을 가져다주는 것. 피부에서 직접 느껴지는 기능적 효과도 있지만, 아침에 화장대 앞에 섰을 때 느껴지는 향기와 예술작품 같은 용기로부터 충족되는 감성이 있다. 나 역시 좋은 향의 향수를 뿌리면 자신감이 생긴다. 여기에 더해 누군가 ‘좋은 냄새가 난다’고 말이라도 건네면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1828년 시작한 겔랑은 '향수'라는 화장품과 레시피의 개발자다. 쿠르투아 겔랑 글로벌 CEO가 강조한 브래드의 핵심 유산 역시 향수였다. 사진은 최근 겔랑이 출시한 프리미엄 향수 컬렉션 ‘라르&라 마티에르’.

1828년 시작한 겔랑은 '향수'라는 화장품과 레시피의 개발자다. 쿠르투아 겔랑 글로벌 CEO가 강조한 브래드의 핵심 유산 역시 향수였다. 사진은 최근 겔랑이 출시한 프리미엄 향수 컬렉션 ‘라르&라 마티에르’.

겔랑은 최근 스킨케어 라인의 모델로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를 기용했다. 사진 겔랑

겔랑은 최근 스킨케어 라인의 모델로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를 기용했다. 사진 겔랑


-당신이 생각하는 ‘겔랑’은 어떤 브랜드인가.  
“200년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브랜드의 견고함은 여느 패션·뷰티 브랜드와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어떤 제품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브랜드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겔랑은 약 1100가지의 향수를 개발했는데 현재 이 중에서 110여 개를 판매하고 있다. 향수 업계에선 전례 없이 광범위한 라인업으로, 파리에선 ‘겔랑 향수를 사용하지 않는 파리지앵은 없다’고 말할 정도다. ‘마무리를 겔랑 향수로 한다’는 게 파리지앵의 뷰티 공식이랄까. 당신 역시 우리를 통해 인생 향수를 만나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향수에서 출발한 브랜드답게 스킨케어 제품 역시 오감을 만족시키는 향과 텍스처가 존재한다.
“우리는 자연에서부터 태어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제품 개발 과정에서 자연을 중요시하고 그 효과를 믿는다. 우리 스킨케어 제품의 핵심 성분은 지구 위에 존재하는 3만여 종의 오키드 중 재생력이 뛰어난 두 종류의 오키드로부터 나온다. 여기에 브랜드가 가진 향수에 기반을 둔 섬세한 감성을 더해, 사용자를 기분 좋게 만드는 특별함을 제공한다.”

재생 능력이 강한 오키드 성분으로 만든 겔랑의 오키드 임페리얼 트릴로지.

재생 능력이 강한 오키드 성분으로 만든 겔랑의 오키드 임페리얼 트릴로지.

-겔랑 하면 오키드와 함께 꿀벌을 빼놓을 수 없다.
“맞다. 겔랑의 상징이다. 나는 모든 여성이 여왕벌 같은 태도를 가지고 일하길 원한다. 겔랑 직원 중 80%가, 또 중간 관리자의 76%가 여성이다. 나는 여성을 소중히 생각하고 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벌과 연결된 관점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연결되는데, 우리의 모든 직원은 벌 보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일찍부터 지속 가능한 뷰티를 실천해 오고 있다. 지금의 활동은.
“자연에서 온 브랜드로서 자연스러운 행보다. 향의 재료인 장미·자스민 등을 우리에게 공급하는 가문과는 100~150년 이상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 관계만 보더라도 자연을 지키는 일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특히 멸종 위기를 맞은 벌을 지키기 위한 활동은 15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 지역 사회 및 벌을 보호하기 위한 양봉가 지원 프로젝트 ‘우먼 포 비(Women for Bees)’를 비롯해 화장품 생산 현장에서 100% 바이오가스를 사용해 연간 1000t의 이산화탄소 사용을 감소시켰다. 또한 생물 다양성을 위해 유엔 산하 NGO 단체인 UEBT(Union for Ethical Bio Trade, 윤리적 생물 무역 연합)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2025년까지 2500개의 벌집을 만들고 1억2500만 마리의 벌을 양봉하는 게 목표다.”

멸종 위기를 맞은 꿀벌을 지키기 위한 활동들. 사진 겔랑

멸종 위기를 맞은 꿀벌을 지키기 위한 활동들. 사진 겔랑

 꿀과 98% 자연유래성분을 함유한 겔랑 키스키스 비글로우 립밤.

꿀과 98% 자연유래성분을 함유한 겔랑 키스키스 비글로우 립밤.

브랜드의 유산과 같은 꿀벌이 새겨진 향수 병에 아트를 접목한 '비 보틀 마티스'.

브랜드의 유산과 같은 꿀벌이 새겨진 향수 병에 아트를 접목한 '비 보틀 마티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뷰티 업계는 특별함이 필요한 산업이다. 어떻게 브랜드에 특별함을 부여하나.
“세계적으로 우리가 영향력을 가지는 부분은 단연코 향수다. 1800년대 처음 향수를 선보이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향수’라는 화장품의 레시피를 개발해낸 게 바로 겔랑이다. 이후 많은 회사가 우리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향수를 만들고 있다. 많은 향수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지만, 우리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특별함과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예술과의 접목도 시도하는데, 아티스트와 작업한 한정판 향수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

-당신의 일과가 궁금하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하루를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정과 행복 이 두 가지가 내 일과를 관통하는 키워드인데, 이것은 자매처럼 여기는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순간순간 발현된다. 저녁엔 그날 있었던 나쁜 일이나 부정적인 생각은 떨쳐버리려 노력한다. 대신 종일 감사했던 일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본다. 반드시 하는 루틴은 강아지와 함께 걸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아침 산책이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아침 일찍 일어나 꼭 이 시간을 갖는다.”

-당신이 그리는 앞으로의 겔랑은.
“오늘날의 겔랑은 유행의 첨단에 서 있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 특히 성숙한 연령대 여성들의 브랜드가 아니라 젊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라 생각한다. 나 역시 14세에 처음으로 겔랑 립밤을, 20세엔 메이크업 제품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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