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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실습생의 비극…연기하다 이성 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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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배우 배두나는 영화 ‘다음 소희’에서 콜센터 실습생 ‘소희’의 죽음을 수사하는 형사 ‘유진’을 연기했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배우 배두나는 영화 ‘다음 소희’에서 콜센터 실습생 ‘소희’의 죽음을 수사하는 형사 ‘유진’을 연기했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영화를 찍으면서 소희와 같은 처지인데 같은 선택을 안 하는 분들이 고마웠어요. 버텨준 것에 대해서요. 이 영화가 그런 분들을 위로할 수 있으면…”

영화 ‘다음 소희’(8일 개봉)의 주연을 맡은 배우 배두나(43)는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 도중 말을 끝맺지 못하고 눈물을 비쳤다.

영화는 2016년 콜센터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여고생이 5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실화를 담았다. 부당 대우와 감정 노동에 혹사당하던 여고생은 심리적으로 고립돼가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배두나는 극 중에서 여고생 소희(김시은) 사망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는 형사 유진을 연기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선 청소년들을 몰아붙이는 느낌이다. 지금 그 길을 겪는 사람들이 조금 덜 아팠으면, 우리 때보단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에 관한 영화에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콜센터·학교·교육청 등 소희를 죽음으로 내몬 사회 시스템에 대한 유진의 분노를 깊이 공감했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사건 관계자를 때리는 장면을 포함해서다.

“인간 대 인간으로 도저히 참지 못한 게 아닐까. 나도 연기하며 조금 이성을 잃었다”면서 “내가 느끼는 그대로 관객과 호흡하면서 날 것의 연기로 표현하려 했다”고 했다.

‘다음 소희’의 각본·연출을 맡은 정주리 감독과는 ‘도희야’(2014) 이후 두번째 만남이다. 배두나는 “정 감독을 동지처럼 지켜봤는데 타협하지 않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멋있었다”면서 “나는 고지식하고 인간에 대한 연민이 있고 착한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했다.

배두나는 ‘도희야’에선 파출소장 영남이 되어 의붓아버지에게 학대 받는 14살 시골 소녀 도희를 돕는다. 그는 “영남과 유진의 직업이 같고 사회에 잘 속하지 못 하는 인물이지만, 유진은 영남보다 더 처절하게 외롭다. 10년 간 간병한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혼자가 됐다. ‘힘든 일 하면 존중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무시한다’는 대사도 그의 오랜 생각일 것”이라고 두 캐릭터를 비교했다.

지난해 10월 촬영을 마친 ‘레벨 문’을 비롯해 워쇼스키 자매·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해외 감독 작품을 잇따라 해온 그는 “해외에선 블록버스터를 많이 하는데, 저예산이어도 진짜 하고 싶은 한국 작품도 5년에 한 번은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넘게 배우로서 버텨온 저 자신이 뿌듯할 때도 많다”면서 “언젠가 내 생각을 담은 가상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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