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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inflation' 나오자 2% 급등…시장은 파월 변심에 베팅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파월의 변심’은 시작된 걸까.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시장은 미묘하게 바뀐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말에 환호했다. 강력한 긴축의 원인이던 물가 상승률이 잡히기 시작했음을 공식화했고, 물가가 예상보다 더 빨리 떨어지면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물가 상승 완화(disinflation)’만 15번 외친 파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Fed가 정책결정문을 공개할 때까지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경계에 가까웠다. 기대했던 금리 인상 중단 계획 언급 없이, 앞으로 계속(ongoing) 금리를 올리겠다는 문구만 삽입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후 2시30분(현지시간)부터 기자회견이 시작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약 50분간 진행한 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뜻밖에 ‘물가 상승 완화(disinflation)’라는 새로운 단어를 꺼냈다. 모두 15차례나 언급할 정도였다. 특히 파월 의장은 “처음으로 물가 상승 완화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we can now say for the first time, the disinflationary process has started)”라며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금리 인상도 끝에 다다랐음을 암시했다. 파월 의장은 아직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적절한 금리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두어 차례 더 올리는 것(a couple of more rate hikes)’을 생각한다고 일종의 가이드를 제시했다. 계속 인상(ongoing)만 강조했던 정책결정문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대로면 한 두 차례 후 금리 인상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도하게 긴축 안 할 것”

파월은 의장은 또 금리 인상을 적게 해 물가 상승이 재발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과도하게 긴축할 동기나 욕구도 없다(no incentive and no desire to over-tighten)”고 강조했다. Fed의 금리 인상이 지나쳐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달랠 수 있을 만한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말했다. 현재는 연내 금리를 낮출 생각이 없다는 점을 밝히면서도,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면 정책 변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12월에 정해진 점도표(금리 인상 예상표)를 고수하지 않고, 그때 경제 상황을 고려해 수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물가 상승률이나 고용 상황이 완화하면 그에 맞춰 최종 금리 수준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금리 인하 기대 “신경 안 써”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 I’m not particularly concerned)”는 반응을 보였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주가 상승 등에 대해 경계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길이 남았다며 ‘경기 연착륙’의 자신감도 보였다. 파월 의장은 “경제가 심각한 침체나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 없이(without a really significant downturn or a really big increase in unemployment) 2%대 물가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예측가들은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비둘기 본색’에 환호…“경계심 가져야” 반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시장은 모처럼 드러난 파월 의장의 ‘비둘기 본색’에 환호했다. Fed 긴축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스닥은 1일(현지시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00% 급등했다. S&P500(1.05%)과 다우존스(0.02%)도 상승 마감했다.

같은 날 뉴욕 채권시장도 Fed의 정책 변화에 ‘베팅’ 했다. 대표적 시장금리 지표인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67% 하락하면서 3.41%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1.00%포인트 이상 낮아진 것은 조만간 Fed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기준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미국 2년 국채 금리도 전일 대비 -2.50% 하락한 4.10%으로 마감했다.

다만 전문가는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만큼, 성급한 Fed의 정책 변화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실제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2일 오전 ‘시장 상황점검 회의’를 가지고 “연준과 시장 간 물가 상승 정책 경로에 대한 인식 차이가 여전히 큰 만큼 앞으로 기대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파월의 ‘물가 상승 완화’ 언급은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과 금리 인하로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성급한 정책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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