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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어쩌나…물가 뛰고 한미 금리차 벌어지는데 경기는 침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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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달 23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일(현지시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하자 한국 금융당국은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Fed가 통상적인 금리 인상 폭으로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한국의 통화정책에도 운신의 폭이 다소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아직까진 현재 3.5%수준인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제는 핵심적 긴축 요인인 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2% 올랐다. 지난해 5월(5.4%) 이후 9개월째 5%대다. 지난해 11월과 12월 5.0%로 다소 둔화되나 싶더니 다시 0.2%포인트 상승했다. 앞으로도 전기ㆍ가스ㆍ수도 요금은 물론, 대중교통 요금 인상까지 예고돼 있다. 한은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2월 물가상승률도 5% 내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 영향으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 물가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ㆍ미 금리차 확대도 무시 못 할 요인이다. 이날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밟으면서 한미 금리 격차는 다시 1.25%포인트로 확대됐다. 2000년 10월 1.5%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 따르면 올해 미국 금리 전망치는 5.00~5.25%로 한두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다. 파월도 이날 “두어 번(a cople of more) 더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한미 금리차 확대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달러 대비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물가나 한미 금리차를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발목을 잡는다는 점에서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0.4%)에 이어 올해 1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올리면서도 한국 전망치는 2.0%에서 1.7%로 낮췄다. 한은도 오는 23일 발표할 수정 경제 전망에서 기존 성장률(1.7%)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선 그간 힘을 받던 기준금리 정점론이 기로에 놓였다는 분위기다. 그간 잠잠했던 금리 추가인상 요인이 다시 불거지면서다. 지난달 금통위에선 향후 3개월 내 최종금리 수준을 놓고 3.5%와 3.75%가 3대 3으로 팽팽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상승률 5%대가 한은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2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거란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이전보다는 커졌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도 “물가상승률과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을 고려하면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2월 금통위에서 소폭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Fed와 시장 간 인플레이션과 정책 경로에 대한 인식 차이가 여전히 큰 만큼 앞으로 기대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내 금융ㆍ외환시장도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환율, 자본유출입 등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하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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