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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터널끝이 보인다…파월 “반가운 물가 상승 둔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올해도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인상 폭인 데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물가 상승 둔화(disinflation)가 시작했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에선 ‘정점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25~4.5%에서 4.5~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은 세계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과의 금리차도 올 초 수준인 1.2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앞서 Fed는 미국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베이비스텝으로 처음 긴축 사이클에 들어갔다. 이후 5월 FOMC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6·7·9·11월 전례 없는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지난해 6월 정점을 찍었던 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들어 둔화하자 Fed는 지난해 12월 빅스텝으로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여기에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까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시장에선 Fed가 베이비스텝으로 인상폭을 더욱 낮출 것으로 확신했다.

실제 Fed는 이날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정책결정문을 통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됐다(eased somewhat)”고 밝혔다. 지난 결정문엔 없었던 표현이다. Fed는 “그럼에도 높은 상태”라며 경계의 목소리를 함께 냈지만, 이전보단 태도가 온화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Fed가 가장 신뢰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전년비)은 지난해 12월 4.4%를 기록하면서 9월(5.2%) 대비 크게 둔화한 모습을 보였다.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 둔화’ 강조한 파월에 완화 기대감

이날 파월 의장도 FOMC 정례회의를 마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승리 선언(declare victory)을 하기엔 너무 시기상조”라면서도 “최근 지표는 반가운 물가 상승 둔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던졌다.

파월 의장은 “최근 전개가 고무적이긴 하지만 물가 상승이 지속적인 하향 곡선이라고 확신하려면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며 “두어번(a couple) 더 인상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경제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금리를 인하하고 정책을 완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3월과 5월 FOMC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5~5.25% 수준까지 끌어올린 뒤 연말까지 고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다만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 기대보다 더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이었다고 해석했다.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는 파월 의장이 ‘물가 상승 둔화’(disinflation)를 직접 언급한 것이 처음이고, 향후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하긴 했지만 과도하게 긴축할 의도는 없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 위원 12명이 모두 0.25%포인트 추가 금리인상에 찬성한 것도 Fed 내 매파적 분위기가 완화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다우지수(0.0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05%), 나스닥지수(2.00%) 등 뉴욕증시도 일제히 상승마감했다.

두어 번 추가로 올리겠다는 파월 의장의 말과 달리 오는 3월을 마지막 금리 인상으로 보는 낙관적 시각도 적지 않다. 연내 금리 인하까지 이어질 것으로도 봤다. 물가 상승 둔화 속도가 기대보다 더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ING는 “Fed가 3월 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고, RBC캐피털마켓도“3월 인상이 이번 긴축 주기의 마지막으로 예상하며, 하반기 중 완만한 경기 침체 및 물가 상승 둔화 등으로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월 “여전히 고용시장 강하다”…‘중국 리오프닝’도 변수

변수는 고용시장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인 건수는 1101만개로, 시장 전망치(1025만개)를 크게 웃돌았다. 고용 시장 활황이 계속 이어지면 서비스 물가를 자극해 전체적인 둔화 속도도 기대보다 느려질 수 있다. 이날 파월 의장도 “여러 지표들을 종합해 볼 때 고용 시장은 여전히 매우 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진행되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채현기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은 공급망이 풀리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중국 내 수요도 풀리면서 글로벌 물가 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시장이 너무 좋은 것만 보고싶어하는 경향도 있다. 금리 인상이 끝나는 시점을 3월로 베팅하려면 아직 근거가 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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