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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위험선' 넘었는데…원희룡 "위험 아닌 관심단계" 왜?

중앙일보

입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을 방문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을 방문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는 미분양 아파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본다.”(지난해 12월 27일)
“현재(6만8107가구) 미분양은 위험이 아닌 관심 단계, 노란불 정도 된다.”(올해 2월 1일)

미분양 시장에 대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 수위가 한 달여 만에 바뀌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설업계와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각에선 정부가 ‘미분양 위험’ 기준선을 섣불리 발표해 시장에 혼선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1년 전(1만7710가구)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2013년 8월 이후 9년4개월 만에 가장 많다. 정부가 설정한 ‘위험선’을 훌쩍 넘긴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미분양 매입 등 직접 개입을 할 단계는 아니라며 한 발 뺐다.

그 근거는 과거 미분양 수치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미분양 주택은 16만5641가구에 달했다. 준공 후에도 분양되지 못한 ‘악성 미분양’은 5만2000가구였다. 지금은 7518가구로 그 당시의 7분의 1 수준이다. 과거와 달리 중대형 평형 미분양이 적다는 점도 정부가 위험 단계로 보지 않는 이유다. 지난 12월 미분양 물량 중 전용면적 85㎡를 초과한 주택은 7092가구(10.4%)에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선분양 시장이라 준공 때까지 업체가 할인 분양 같은 마케팅으로 미분양을 어느 정도 소화하기 때문에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은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이 최근 “일반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모두 주택시장 위기로 볼 필요는 없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러자 관심은 미분양 위험선인 6만2000가구라는 수치가 어떻게 나왔느냐로 향한다. 한 달 전이라고 국토부가 ‘미분양의 질’을 따지지 않았을 리 없어서다. 국토부가 밝힌 통계적 근거는 20년 장기 평균값이다. 지난 20년간의 평균 미분양 주택 수치가 6만2000가구란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이 20년 장기 평균치를 넘어서면 시장을 좀 더 경계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였다”며 “미분양을 보는 시각이 바뀐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위험선을 왜 평균값으로 정했는지, 그 당시엔 전체 미분양 물량을 기준으로 잡더니 이제 와서 말을 바꿔 혼란을 자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1·3 대책 발표를 앞두고 무리하게 불안감을 키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소·중견 건설사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미분양 수치도 위험하다고 본다”며 “특히 지방 중소 건설사의 경우 미분양이 늘면 자금줄이 막혀 줄줄이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6만, 7만 가구 같은 수치보다 미분양 증가 속도가 빠른 게 위험하다”며 “향후 분양물량의 50%만 미분양돼도 금방 10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지방에서만 8만4000여 가구의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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