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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에 화장품" 기부천사...마우나리조트 그 의인 母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4년 국과수, 경북지방경찰청, 경주경찰서,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강구조학회 등 전문가 29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팀이 경북 경주시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현장에서 정밀현장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2014년 국과수, 경북지방경찰청, 경주경찰서,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강구조학회 등 전문가 29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팀이 경북 경주시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현장에서 정밀현장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2014년 2월 17일 경북 경주에 있는 마우나 오션 리조트 체육관이 쌓인 눈에 붕괴했다. 당시 체육관에는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리고 있었다. 갑자기 샌드위치 패널과 철제 빔으로 된 지붕이 내려앉으면서 10명이 숨지고 214명이 다치는 참사로 이어졌다.

이 대학 미얀마어학과 학생회장이던 고(故) 양성호(당시 24세)씨도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다. 그는 사고 직후 가까스로 탈출했다가 다시 현장으로 뛰어들어 후배 수십명을 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차 붕괴가 일어나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이런 선행은 그가 구한 후배들 증언으로 전해졌다. 사건 한 달 뒤 보건복지부는 양씨를 의사자로 인정했고, 부산외대에는 그를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졌다. 의사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생명을 구하다 사망한 사람을 뜻한다.

당시 부산외대 정해린 총장은 추도사에서 “양성호 학생은 안위를 탐하기보다 타인을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았다”며 “의인의 몸은 사라졌지만, 정신은 현재와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경주리조트 참사' 8년만에 국립묘지 안장이 결정된 고(故) 양성호씨(당시 24세). 연합뉴스

'경주리조트 참사' 8년만에 국립묘지 안장이 결정된 고(故) 양성호씨(당시 24세). 연합뉴스

시간은 흘러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와 함께 양씨에 대한 기억도 조금씩 잊혀갔다. 하지만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그의 어머니 하계순씨는 아들이 보여줬던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인데도 지역사회에 9000만원 상당의 기부 물품을 전달한 것이 최근 알려지면서다.

2일 부산 남구 등에 따르면 하씨는 지역 내 취약계층에 전해달라며 9000만원 상당의 화장품 세트를 기부했다. 하씨는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최근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로 화장품 구매 수요가 늘어난다는 기사를 보고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씨는 부산시 남구 오륙도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하씨는 "마우나 리조트 참사가 난 지 9년이 지났지만, 어제 일처럼 선명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는 “온 세상이 무너질 듯한 아픔이었지만 아들 친구 등 많은 분이 위로와 격려를 해 줘 아픔을 견뎌낼 수 있었다”며 “저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씨는 사고 전부터 해오던 여성의용소방대원 봉사활동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2월 17일 오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8주기 추모식이 열린 부산외국어대학교 내 추모공원에서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17일 오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8주기 추모식이 열린 부산외국어대학교 내 추모공원에서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외대는 오는 17일 오전 11시 남산동캠퍼스 I관 앞 추모공원에서 9주기 추모식을 한다. 추모식은 경과보고, 총장과 학생대표 추도사, 헌화 등 순으로 진행된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는 유족과 본부 관계자만 참석해 헌화식만 했다"라며 "올해는 유족과 학생·교직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식순을 갖춰 돌아가신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 기장군 실로암 공원묘역에 안치된 양씨의 유해는 오는 4월 5일 그의 생일에 맞춰 국립 서울현충원 충혼당으로 옮긴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2월 4일 “양씨를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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