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초부터 물가 5.2%↑ ‘꿈틀’…전기·가스·수도료 줄인상 ‘빨간 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다소 진정하는가 싶던 물가가 연초 다시 튀어 올랐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이 다락같이 오르면서다. 한국은행은 “예상에 부합한다”고 진단했지만, 공공요금발 물가 폭등을 우려하는 경고등이 켜졌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1년 전보다 5.2% 올랐다. 지난해 5월부터 9개월째 5% 이상 상승세를 이어갔다. 5%란 수치는 상징적이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해 못지않은 물가 상승세가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3개월 만에 물가 상승 폭이 확대했다는 점이다. 물가는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아 정점을 찍었다. 이후 완만하게 둔화하다 11월(5.0%)과 12월(5.0%) 바닥을 다졌다. 그러나 지난달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난방비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난방비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물가 상승세를 이끈 건 공공요금이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료가 1년 전보다 28.3% 급등했다. 별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하는 내용의 요금 조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년간 올린 전기요금이 19.3원임을 고려하면 가파른 인상 폭이다. 요금 상승에 따라 지난달 전기료는 전월 대비 9.2%, 1년 전보다 29.5%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도 1년 전보다 36.2%, 지역난방비도 34.0% 각각 올랐다.

물가 상승에 대한 전기·가스·수도 요금의 기여도는 지난해 7월 0.49%포인트→10월 0.77%포인트→올 1월 0.94%포인트로 점점 커지고 있다. 공공요금발 물가 급등을 우려하는 이유다. 당장 올 1월 한파로 급등한 난방비가 다른 품목 물가까지 자극할 수 있다.

내수 경기 ‘체온계’ 역할을 하는 근원물가지수도 5.0% 올라 전달(4.8%)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았다. 근원물가는 일시적 가격 변동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물가를 제외한 수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과 생필품 위주로 구성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도 6.1% 올라 전달(5.7%)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앞으로도 물가 인상 요인이 줄줄이다. “상반기 고물가를 유지하다 하반기 들어 꺾여 올해 전체로 보면 물가 하향 안정세가 뚜렷해질 것”(지난달 4일 추경호 경제부총리)이란 정부 예측과 달리 고물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 당장 교통비·수도요금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고돼 있다. 전국 17개 시도 대부분이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서울은 4월 중 시내버스·지하철 요금을 각각 300~400원 인상할 계획이다. 택시요금은 이미 1일부터 중형 택시 기준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랐다.

‘난방비 폭탄’에 이은 ‘물 폭탄’ 가능성도 있다. 서울은 올해부터 가정용 상수도 사용단가를 1t당 480원에서 580원으로 인상했다. 인천·울산·대전·세종 등도 올해 상하수도 요금 인상 계획을 밝혔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은 2월에도 5% 안팎 물가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소비자물가가) 2월에도 5% 내외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물가 경로 상 중국 리오프닝(봉쇄 완화)에 따른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물가부터 잡아야 다락같이 오른 금리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2%)와 물가 상승률 괴리가 여전해 금리 인하로 돌아서기 한참 멀었다”며 “물가가 서서히 안정되겠지만, 속도는 굉장히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