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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집값'이면 보증보험 못 든다…정부 '빌라왕 사기' 대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과 피해지원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전세계약을 맺기 전 해당 주택과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또 매매가 대비 전세 보증금의 비율인 전세가율이 과도한 주택을 전세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시키겠다는 게 목표다.

 지난달 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뉴스1

지난달 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뉴스1

신축 빌라도 시세 제공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무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경찰청 등과 합동으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대책은 크게 사기 예방·피해 지원·단속 강화로 나뉜다. 우선 안심전세 앱(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다. 해당 앱을 통해 연립·다세대, 소형 아파트까지 시세와 전세가율·경매낙찰률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수도권(2월)을 시작으로 7월엔 지방 광역시와 오피스텔까지 확대한다. 신축 빌라의 경우 한국부동산원에서 감정평가사를 지정해 완공 전까지 시세를 책정해 공개하도록 했다. 앱에선 임대인의 보증사고 이력 등도 제공한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와 같은 다세대 주택은 적정 시세를 알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매매가보다 비싸거나 동일한 수준으로 전세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었다. 전세사기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 하게 된 상황에서 해당 주택이 경매 등을 통해 팔리더라도 보증금보다 싼 가격에 낙찰되다 보니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 해서다.

보증보험 악용한 ‘빌라왕’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공하는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의 대상 전세가율을 100%에 90%로 하향한다. 예컨대 2억원짜리 집이라면 지금은 전세금이 2억원이어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1억8000만원 이하여야 가입이 가능하다. 전세가율 100%까지도 보험 가입이 된다는 점을 악용해 임차인을 안심시켜 끌어들이면서 빌라 수백 채를 매입한 ‘빌라왕’이 탄생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보증보험에 가입되니 안심하라며 세입자와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은 뒤 보증금을 빼돌리는 일이 잇따랐다. 실제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사망한 김모 씨 소유 주택의 평균 전세가율이 98%였다.

문제는 시장 전반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아지거나 매매가격이 갑자기 내려가는 상황에선 대책이 실효성을 잃는다는 점이다. 전세가율이 전반적으로 높을 땐 집을 구하는 입장에선 높은 전세가율로 계약할 수밖에 없고, 이후 매매가격이 내려가면 피해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또 정부 대책이 정보 제공에 집중돼 있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임차인은 전세사기에 노출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전세 제도가 있는 한 사기나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20~30대가 피해자의 3분의2 달해

시중은행·공인중개사협회의 협조를 통해 임차인 보호를 강화한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심사할 때 확정일자를 확인한 후 대출을 진행하는 사업을 확대한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한 뒤 확정일자를 신청하면 다음날 0시를 기준으로 대항력이 생긴다. 확정일자 신청 당일에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임차인 보증금이 후순위로 밀린다. 이를 막기 위해 은행에 확정일자 신고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공인중개사가 사용하는 임대차계약서 양식은 보완한다. 대항력을 확보하기 전에 집주인이 근저당을 설정하면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특약을 넣는다. 임대인이 해당 주택을 매매할 때도 임차인에게 고지토록 한다.

지난달 25일 서울 시중 은행에 전세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서울 시중 은행에 전세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추 부총리는 이날 “전세사기 범죄를 발본색원하고 사기 피해자에게는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전세사기 피해자에겐 가구당 2억4000만원까지 연 1~2% 금리로 대출을 지원한다.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 연소득 7000만원·순자산 5억6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피해자가 전세보증금을 건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주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엔 무주택자로 간주해 청약 당첨 등에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

한편 지난해 7월 25일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간 전세사기 특별단속 결과 618건을 검거했다. 연루된 인원만 1941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168명은 구속했고, 1577명에 대해선 계속 수사 중이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기준으로 1207명이 2335억원을 피해 봤다. 법인을 제외하면 피해자 중 20~30대가 62.3%에 달했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전세사기의 주 타깃이 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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